R&D 겸임...힘 실린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3.11.27 15:23
글자크기

27일 삼성전자 2024년 정기 임원인사 단행

삼성삼성


삼성전자의 싱크탱크 SAIT(Samsung Advanced Institute of Technology, 옛 종합기술원)가 세대교체에 돌입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80,900원 ▲500 +0.62%) DS(반도체) 부문 사장이 SAIT원장을 겸임한다. 경 사장에게 반도체 실적 악화 책임을 묻기보다 오히려 SAIT원장까지 맡겨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7일 2024년 정기 사장단 승진과 위촉업무 변경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2명이 승진하고,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번 인사에는 주요 경영진들의 위촉업무 변경 인사도 진행됐다. 경계현 사장이 SAIT원장까지 겸하면서 기존 임원들이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SAIT는 1987년 설립돼 최근까지도 삼성의 주요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인재와 기술력을 중시하는 삼성의 문화와 맞물려 내부에서 주요 조직으로 여겨진다. 특히 황창규 전 KT회장(삼성전자 전 사장)과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등이 SAIT원장을 지내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국내 최대 규모 기업 연구소로 손꼽히며, 미국과 유럽·일본에 연구소를 둔 글로벌 조직이다.

반도체·통신과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D램을 비롯해서, 삼성전기의 주력품인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까지 SAIT의 손을 거쳤다. SAIT는 인공지능과 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른바 '삼성의 브레인(두뇌)'으로 불리기도 한다.
R&D 겸임...힘 실린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현직 DS부문 사장이 SAIT원장까지 맡게 되자 내부에선 '세대교체' 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SAIT는 김기남 회장과, 진교영 원장이 이끌고 있다. 이날 김 회장과 진 원장에 대한 인사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고문이나 보직 없는 자문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과 진 원장은 경 사장에 앞서 반도체 부문 사장을 지냈다. 1958년생인 김 회장은 2013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에 임명돼 2017년 DS부문 사장, 2021년에 삼성전자 회장까지 올랐다. 지난해 2월부터 SAIT회장을 맡고 있다. 진 원장은 1963년생으로 2017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에 올랐고, 2020년부터 SAIT원장을 맡고 있다.

SAIT까지 경 사장에게 맡긴 것은 단기적인 반도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연구개발(R&D) 기능까지 더해 재량권을 더 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올해 3분기까지 12조7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 선두 다툼에서도 다소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단기 평가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사장에게 권한을 더 준 것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실적 개선과 동시에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 달라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믿고 맡겨보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