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파두 막자..IPO 특례상장사, 꼼꼼해진 심사에 '벌벌'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박수현 기자, 김창현 기자 2023.11.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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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20,150원 ▲1,210 +6.39%)와 같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발벗고 나섰다. 당장 예비 상장사들은 IPO(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시 제출 직전 월까지의 매출액·영업손익 등(잠정 포함)을 추가로 기재하고, 자본잠식 상태 기업들은 자본잠식 해소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꼼꼼해진 IPO 심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진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유관기관, 증권사들과 'IPO 시장의 공정과 신뢰 제고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행 상장 제도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점을 마련하는 자리를 가졌다.



자체 결산실적, 증권신고서 제출 전까지 기록해야..달라지는 것들
가장 먼저 달라지는 점은 실적 보고다. 앞으로 예비 상장사들은 실제 상장이전까지 재무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11월 기관 수요예측에 들어가는 LS머트리얼즈와 블루엠텍이 지난 10월까지의 손익을 자체 결산, 증권신고서에 추가로 반영했다.

파두와 같은 '실적 뻥튀기'를 막겠다는 취지다. 파두는 지난 6월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때 올해 연간 매출액을 1202억원으로 추정해 제시했는데 실제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 3분기는 3억2100만원에 그쳤다. 파두는 증권신고서를 지난 7월13일 한 차례 수정하기도 했는데, 이때에도 실적 악화 위험이 반영되지 않아 투자자 피해를 양산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제2의 파두 막자..IPO 특례상장사, 꼼꼼해진 심사에 '벌벌'


이에 금융당국은 증권신고서에 신고서 제출 직전 월까지의 결산실적을 추가로 기재하게 했다. 누락 또는 거짓 기재가 적발되면 불공정거래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이후 실제 상장 전까지 재무정보 공시계획을 확인하고, 기업들이 예상한 실적의 근거를 투자자에게 충실히 제출토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본잠식 상태의 기술기업들은 자본잠식 해소 계획까지 살펴본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상장 주관사 책임도 강화한다. 주관사들의 과거 심사내역을 분석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검토시스템 기능을 확충했다. 또 최근 3년 이내 상장 주선한 기술특례상장사가 조기 부실화될 경우, 추후 기술특례상장 주선 시 풋백옵션(주식을 되사주는 옵션) 의무를 확대되고, 보호예수기간도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도록 했다. 풋백옵션은 일반 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의 가격이 상장 후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하면 상장 주관사에 이를 되팔 수 있는 권리다. 기술특례기업 대표주관계약을 맺을 때 최소 실사기간도 예비심사청구 2개월 전에서 3개월 전으로 연장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함께 업계 및 유관기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감원은 IPO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을 허위 기재·누락하는 등 고의로 투자자를 기망해 시장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조사역량을 총동원해 불공정거래 등 위법 여부를 확인하고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IPO 시장 얼어붙을까..우려도

제2의 파두 막자..IPO 특례상장사, 꼼꼼해진 심사에 '벌벌'
증권가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보내면서도 코스닥 시장 문턱이 너무 높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럭스로보 등을 비롯해 많은 예비 상장사들이 올해 추진하려던 상장을 일단 내년으로 미뤘다. 올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심사가 승인되기 전 상장을 자진 철회한 기업들도 에이아이코리아, 이지서티, 에드포러스, 엠티오메가, 쓰리디메디비젼 등 총 다섯 곳이다. 이들은 모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또는 벤처 기업이다.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올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신규로 제출한 기업 중 45영업일이 넘도록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기업(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은 이날 기준 27개다. 지난 2월 17일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청구한 이노그리드는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증권신고서 정정도 잦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제출된 38건의 증권신고서는 모두 한 번 이상 정정됐다. 많게는 다섯 번까지 정정한 기업도 있다. 금감원은 기업들에게 구체적인 실적, 거래처 내역 등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공모가도 밴드를 하회하는 경우가 많다. 12월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에이텀은 공모가가 밴드(2만3000~3만원) 하단보다 낮은 1만8000원에 확정됐다. 와이바이오로직스도 밴드(9000~1만1000원) 하단인 9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파두로 인해 신규 상장사들의 주가도 좋지 않다. 스팩 및 합병상장을 제외한 하반기 IPO 기업 총 38개 중 21개의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에스바이오메딕스 (33,050원 ▼7,450 -18.40%)의 지난 24일 종가는 7600원으로 공모가(1만8000원) 대비 절반 이상 빠졌고, 시지트로닉스 (10,000원 ▲440 +4.60%)도 지난 24일 1만2700원에 마쳐 공모가(2만5000원) 대비 절반 이하 수준 수익률을 기록했다. 버넥트 (6,050원 ▼90 -1.47%), 에스엘에스바이오 (4,700원 ▼5 -0.11%), 파두, 빅텐츠 (15,240원 ▼10 -0.07%) 등도 공모가를 하회한다.

다만 에코프로머티 (117,700원 ▲3,100 +2.71%)가 지난 17일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얼어붙었던 IPO 시장 투심이 소폭 풀렸다. 원흉인 파두 주가도 지난 26일에는 약보합을 기록했지만 지난 20일부터 나흘 연속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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