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공법에 공기 단축까지…싱가포르 홀린 DL이앤씨

머니투데이 조성준 기자 2023.11.2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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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강국 코리아, 해외로 뛴다]⑦DL이앤씨, 싱가포르 투아스 터미널 프로젝트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와 기업이 '원팀 코리아'로 힘을 합쳐 해외 인프라 개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이라크의 비스마야 신도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해외건설 먹거리. 이제 대한민국의 'K-건설'이 선점합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 규모인 싱가포르 투아스 터미널 1단계 해상 매립공사 현장/사진제공=DL이앤씨여의도 면적의 1.5배 규모인 싱가포르 투아스 터미널 1단계 해상 매립공사 현장/사진제공=DL이앤씨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을 조성하는 '투아스 터미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40년까지 4단계 프로젝트가 모두 완료되면 연간 6500만TEU(TEU: 20피트 컨테이너 1대)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항만으로 거듭난다.

싱가포르 정부는 투아스 항만에 기존 항만시설과 기능을 이전하고 무인 자동화 운영 체계를 비롯한 다양한 차세대 항만 기술을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메가포트(mega port)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 (34,350원 ▲2,000 +6.18%)도 싱가포르 내 건설 실적과 사업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4월 싱가포르 항만청과 '투아스 터미널 1단계 해상 매립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대규모인 만큼 4단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DL이앤씨는 2단계 사업(투아스 터미널 1단계 해상 매립공사)을 도맡았다. 2단계 총 공사비는 1조 9800억원 규모다. 벨기에 준설전문회사인 드레징 인터내셔널과 함께 수주했다. DL이앤씨의 지분은 약 7200억원 규모다. 매립지 지반 개량, 항만 안벽조성용 케이슨 제작과 설치를 포함한 부두시설물 시공을 담당했으며 지난해 말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친환경 설계·공법에 발주처도 눈 '번쩍'
친환경 공법에 공기 단축까지…싱가포르 홀린 DL이앤씨
항만, 터널, 대교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국내외의 인정을 받고 있는 DL이앤씨의 시공능력은 싱가포르에서도 빛을 발했다.

싱가포르는 지리적 특성상 대부분의 건설 자재를 인근 국가로부터 수입을 통해 조달할 수 있어 자재비 부담이 크다. 특히 투아스 항만 공사는 여의도의 1.5배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해상 매립 작업이 포함돼 엄청난 양의 사석과 모래가 소요되고 이로 인한 높은 비용 지출이 예상됐다.


싱가포르는 인근 국가들로부터 모래를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지속해서 모래 채취의 환경 파괴를 주장해온 유엔(UN) 권고에 따라 모래 수출이 금지된 곳이 늘어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국가는 싱가포르 영토 확장을 경계하려는 목적으로 모래 금수 조치에도 나섰다. 더 먼 나라로 모래를 찾아 나서야 해 프로젝트 예산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DL이앤씨는 수주 단계부터 모래와 사석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설계로 발주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모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저면을 준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준설토를 매립에 최대한 활용했다. 설계 당시부터 최신 토질이론을 연구하고 안전성을 철저히 검토해 일반적인 매립 공법 대비 약 640만㎥의 모래를 절감했다. 이는 서울 남산의 약 8분의 1 규모다.

또 해저에 대형 사석을 배치하는 일반적인 세굴 방지공 설계 대신 콘크리트 구조물로 사석을 대체하는 혁신 공법을 적용했다. 세굴 방지공은 파도나 물의 흐름에 의해 구조물 아래 지반이 깎여 무너지는 것을 방지 한다.

DL이앤씨는 발주처의 승인을 위해 설계 단계에서 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제작하고 대형 선박의 프로펠러 세굴력을 적용해 구조물 검증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였고 80만㎥ 규모의 대형 사석 사용을 절감했다.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확' 앞당긴 공기
투아스 터미널 1단계 해상 매립공사 중 케이슨 제작장 전경/사진제공=DL이앤씨투아스 터미널 1단계 해상 매립공사 중 케이슨 제작장 전경/사진제공=DL이앤씨
DL이앤씨는 케이슨 제작 공정을 36개월에서 29개월로 7개월 단축했다. 케이슨은 매립 공사의 기초를 구축하기 위해 제작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케이슨 제작 및 설치는 대규모 매립 공사의 핵심 공정이며, 항만의 경우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안벽 역할을 수행한다.

DL이앤씨는 현장 인근에 케이슨 제작 부지를 마련해 총 221개의 케이슨을 순차적으로 제작해 설치했다. 케이슨 높이는 28m, 무게는 약 1만5000톤으로 12층 아파트 1개동 규모에 육박한다. DL이앤씨는 육상에서 케이슨을 제작하고 특수 장비를 통해 해상으로 이동시킨 후, 예인선을 이용해 정확한 설치 장소로 이동해 설치했다. 케이슨 제작공정을 세분화하고 철저한 공정관리를 통해 공기를 단축할 수 있었다.

케이슨 제작에는 최첨단 로봇 설비도 사용됐다. 케이슨 제작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철근 가공용 로봇을 도입했다. 케이슨 제작은 동일한 공정을 반복하는 과정으로 균일한 길이와 모양의 철근이 필요하다. 철근 가공을 자동화해 높은 작업 효율성과 품질을 달성하고, 안전사고 위험성도 줄였다.

싱가포르는 건설 시장이 개방돼 있어 전 세계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작은 국토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층 빌딩, 지하철 등 체계적인 도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주요 허브로서 항만, 공항 개발 등도 계속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싱가포르 주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기술력과 사업 수행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투아스 터미널 프로젝트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개통한 톰슨라인 지하철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재는 주롱 이스트 환승역 확장·연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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