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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연합(EU)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14.2%가 순수전기차(EV)였다. 2015년까지 과반 이상이던 경유차를 3개월 연속 앞질렀다. 올 3분기까지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그런데도 완성차 업계 표정은 밝지 못하다.
문제는 유럽이 국내 배터리업계의 핵심 시장이라는 데 있다. 현재 설비투자가 활발한 미국은 배터리업계의 미래 거점이지만, 유럽은 당장의 실적을 책임지는 곳이다. 완성차기업은 전기차 시장 확대를 예견하고 관련 설비를 늘려왔다. 고객사의 이런 움직임에 국내 배터리업계도 폴란드·헝가리공장 캐파를 단계적으로 키웠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전동화 시장 성장이 업계 예상보다 더디게 전개되면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수익성 저하를 초래한다.
국내 3사 사이에서도 이번 성장세 위축에 따른 온도 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고급 라인업 중심의 선제적 전동화 전략을 짠 BMW그룹 판매 비중이 높은 삼성SDI는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이번 위기를 비교적 순탄하게 넘길 것으로 봤다. 반면, 보급형 차종 중심으로 전동화 공략에 박차를 가한 폭스바겐그룹·현대차그룹 물량 비중이 큰 LG에너지솔루션·SK온에게는 다소 힘겨운 시간이 될 전망이다.
폭스바겐그룹은 국내 3사 모두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물량 대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이 책임진다. 유럽 판매 1위를 고수해오다 전기차 왕좌 자리를 테슬라에 내준 폭스바겐그룹은 2026년까지 최대 100억유로(약 14조3000억원)의 운영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가 브랜드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고, 일부 보급형 브랜드의 단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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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일수록 보급형 차종 소비층 구매력이 더욱 위축되기 마련"이라면서 "일부 배터리사는 고객사 사정에 따라 현지 공장 가동률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까지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동화 시장이 역성장하는 게 아니라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전기차 중심의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