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의 가치를 제고할 방법을 고민해 볼 때

머니투데이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2023.11.2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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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적인 기업인이자 투자자인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 중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다. "가치보다 가격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가격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전기의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난해 전기의 평균단가는 120원정도 수준이다. 편의점에서 가장 저렴한 막대 사탕 한 개 가격이 250원 정도인데 고작 절반 가격인 전기 1kWh(킬로와트시)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1kWh 전기가 있다면 우리는 전기차(환경부 연비 아이오닉 기준)를 타고 서울역에서 광화문까지 약 6㎞(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으며 컴퓨터는 거의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50대를 충전할 수 있고 생명유지장치인 인공호흡기도 2시간 넘게 가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별 전기 1kWh로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의 부가가치(GDP)는 얼마나 될까? 국제에너지기구와 세계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별 GDP를 전력사용량으로 나누어 1kWh 투입 시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분석해 본 결과 2022년 우리나라 전기의 부가가치는 약 2.9$/kWh(약 3700원)이며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8개국 중 37위로 매우 낮다.

바꿔말하면 한국은 같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너무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전력 1kWh 당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수준인 아일랜드나 스위스는 우리나라보다 5~6배 이상이고, OECD 38개국 전체 평균인 6.4$/kWh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전기의 부가가치가 높은 편이다.



해외 국가들이 같은 양의 전기로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감독해 위반 시 범칙금을 부과하는 규제정책과 에너지 효율 개선 투자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 세금 환급, 세액 공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들을 함께 추진했다. 그 결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며 시민들 또한 정부의 이러한 에너지 소비 절감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스스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정착됐다.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구조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전체 고객의 0.2%에 불과한 산업용(을) 대용량 고객이 전력 사용량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다. 대용량 고객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해 전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11월 산업용(을) 고객의 전기요금만 1kWh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고 한다. 이번 인상이 에너지 빈곤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구조 개선을 위한 출발이라 생각하고 우리 모두 어떻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전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를 한 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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