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그대로, 양은 늘렸다…정부 '물가 안정'에 발맞추는 식품기업

머니투데이 유예림 기자 2023.11.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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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 지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최근 이상기온이 겹치며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2023.11.06.[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 지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최근 이상기온이 겹치며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2023.11.06.


최근 정부가 식품기업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크기와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현상)' 실태 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식품 업체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최대한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식품기업과의 물가 논의 간담회 횟수를 늘리고 기업에 직접 방문하는 등 물가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5일 농심 방문에 이어 23일에는 삼양식품을 방문해 물가 안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올해 초 주요 식품기업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농식품부가 식품·외식업체, 우유업체 등과 가진 간담회 횟수는 알려진 것만 6차례가 넘는다.

먹거리 물가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자 식품 제조사는 대부분 올해 가격 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가이드라인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원부자재 등 비용 동향에 따라 제품의 양을 늘리거나 가격 인하를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식품 제조사가 가격을 내린 사례는 종종 있다. 올해는 지난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발언' 이후 주요 라면기업과 제과·제빵 기업들이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오리온은 2010년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낮추거나 가격 변동 없이 제품 용량을 늘려왔다. 오리온은 지난해 9년 만에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원부자재, 에너지 비용이 안정되면 제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힌 기조에도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포카칩, 오!그래놀라 등 가격은 그대로 둔 채 내용물을 증량한 제품을 선보여 왔다. 해태제과는 2020년 가격 인상률보다 제품 크기를 증량한 자유시간을 출시하고 대상FNF 종가집은 2010년 배춧값에 따라 포장김치 가격을 5~13%가량 내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2016년 우윳값을 40~100원 인하한 바 있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방식으로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에 동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식품기업의 낮은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제품의 중량을 늘리면 결과적으로 공장 가동률 향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원가율 인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 곡물가, 설탕 가격 등의 변동이 국내 제조 원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있으므로 현재 시점에서 내용물을 증량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건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대의 제품이 팔리고 새로 채워 넣는 제품 회전이 빨리 돼야 가동률에 영향을 주는데 최근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만큼 가격을 바로 인하하면 매출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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