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에너지 연합'… GBW, '무탄소 미래' 열었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최경민 기자, 정한결 기자, 김인한 기자 2023.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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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비즈니스위크 2023]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그린비즈니스위크 2023' 수소도시 융합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기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그린비즈니스위크 2023' 수소도시 융합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기범


"학교에서 배웠던 친환경 기술들이 산업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그린비즈니스위크(GBW) 2023' 행사장. SK 부스에 전시된 소형모듈원전(SMR)과 수소, 배터리 등 무탄소 시대를 이끄는 기술을 훑어본 김영현 씨는 "전공과 관련 있어 평소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전시 관련 소식을 접해 행사장을 찾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밀 계측기기 제조기업에 근무하는 전봉민 씨는 "온도 센서 관련 영업을 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고 스타트업 투자 전문 VC(벤처캐피탈) 직원 유재성 씨는 "환경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알아봐야 하는데 마침 전시가 있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무탄소 에너지 시대를 향한 새 여정이 시작됐다. 신재생에너지에 원전과 수소가 가세한 '에너지 연합'이 무탄소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22일 개막해 사흘간 진행된 국내 최대 민간 주도 에너지, 모빌리티 기술 대전 '그린비즈니스위크(GBW) 2023'이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5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는 특히 무탄소 에너지 시대를 앞당길 현실적 대안인 원전에 주목했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 무탄소 시대를 달성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기에 효율적이고 깨끗하며 안전한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안에 끌어들이자는 것이 세계 주요국 '에너지 믹스'의 트렌드가 됐다.

'For Earth, for us, for future'(지구를 위해, 우리를 위해, 미래를 위해)를 주제로 한 올해 행사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양상을 행사 전반에 담았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 2023'을 찾은 참석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기범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 2023'을 찾은 참석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전시는 △원자력 산업 전시회(K-Nuclear Expo)△신재생에너지 산업 전시회(New Renewable Energy Expo) △친환경 운·수송 산업 전시회(Eco Transport Expo) 등 3개 산업 영역별로 나뉘어 동시에 진행됐다. 현대차와 SK, LG, 삼성, 포스코, 한화, 두산, 코오롱, 효성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에너지·모빌리티 기업이 총출동해 부스를 차리고 탄소중립·녹색성장 시대를 주도할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공공영역에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대응 양상을 보여줬다.



전시회 외 행사도 풍성했다. △해상풍력 발전 현황△그린수소 기술△수소도시 마스터플랜△ESG 대안투자 등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와 △녹색금융 세미나△스타트업 왕중왕전△원자력·방사선 분야 수출 활성화 토론회 등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의 새로운 기술은 다가올 무탄소 시대의 방향을 제시했다.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운송하는 기술로 '수소경제'를 앞당기는 한국화학연구원은 '액상유기수소저장체(LOHC)' 기술을 소개했다. LOHC는 경유와 유사한 물질에 수소를 넣어 새로운 물질로 잠시 변화시켰다가 필요 시 그 물질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해서 쓰는 기술이다. 수소가 완전히 다른 물질로 전환되기 때문에 수소 누출로 인한 화재 위험성 등이 사실상 없어진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우리가 만든 수소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거나 반대로 해외에서 만든 수소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산화물 기반 전고체 전지 개발 성과를 소개했다. 전고체 전지는 향후 전기차에 적용돼 주행거리 향상과 화재 위험성을 낮출 수 있어 미래 기술로 꼽힌다. 특히 장보윤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전고체 전지용 복합 고체전해질은 전지 안에서 전류를 만들 수 있는 이온전도성을 10배 높였고, 안정성도 대폭 끌어올렸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유연 세라믹 나노섬유 필터' 기술을 소개했다. 세라믹을 머리카락(100㎛) 굵기의 1000분의 1 수준인 100㎚(나노미터)로 만들면 다양한 환경 필터로 활용할 수 있다.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3을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차 'V2L(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하는 기술)' 게임 배틀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3을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차 'V2L(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하는 기술)' 게임 배틀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들의 탄소중립 기술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영진아이엔디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걸러내는 '플라즈마 스크리버'를 선보였다. 70년의 업력을 가진 주강품 전문기업 대창솔루션은 올해 행사에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설치효율을 높이는 '캐스트노드'와 부유식 해상풍력 플랫폼용 고정장치 주강부품 '가이드 롤러'를 소개했다. 카이스트 학생창업 플로틱의 부스에는 대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플로틱은 이커머스 물류센터 자동화 로봇 솔루션을 개발했다.

쓰레기와 소금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선보인 강소기업도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원창업으로 설립된 기가에떼는 용융염(Molten Salt, 가열된 액체 상태의 소금)을 활용한 열에너지 저장 시스템(TES)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선보였다. 새한환경기술은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을 바이오가스로 바꾸는 혐기성 소화과정을 거쳐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올해 행사는 이처럼 무탄소 미래를 이끌 기술 외에도 '주행의 재미' 등 무탄소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 까지 고려한 친환경의 미래를 보여줬다. 가상체험을 통해 친환경 트램을 직접 몰아볼 수 있는 현대로템 VR존 앞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현대차 부스에선 'V2L(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하는 기술)' 게임 배틀 이벤트가 열렸다. 관람객들은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서 따온 전기로 작동시킨 커피포트에서 내린 커피를 마시며 일행이 게임 내 아이오닉5N 차량을 운전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봤다.

무탄소 미래 기술과 친환경의 재미 모두를 잡은 올해 전시장엔 지난해 보다 1500여명 늘어난 9500여명이 방문했다. GBW는 이제 내년 행사 준비에 돌입한다. GBW 2024은 코엑스에서 2024년 10월 16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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