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흥망' 저자가 35년 후 다시 내다보는 국제정세[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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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흥망'으로 세계적인 역사가의 명성을 얻은 예일대 교수입니다. 사실 주장은 간략합니다. 결국 경제력이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주장은 간략하지만 방대한 역사자료를 가지고 설명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책 전체를 읽는 사람들보다 요약본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책이기도 했습니다. 35년이 지난 지금 미중 패권전쟁이라는 맥락에서 다시 그의 책을 읽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따라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과거 소련과 달리 경제력을 함부로 군사력에 소진하지 않습니다. 폴 케네디는 경제력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정치적, 군사적 '확장'을 추구하는 것을 비판합니다. 2023년의 세계를 보면서 폴 케네디는 미국과 중국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까요? 그는 '강대국의 흥망' 속에서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영국의 진보적 평론지 뉴스테이츠먼에 기고한 이 글에서 그는 한국의 중요성을 몇 차례 언급합니다. 이제 80을 바라보는 노학자가 된 그의 조금은 산만하지만 중간중간 통찰을 담은 이 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서재에서 35년 전에 사놓은 '강대국의 흥망'을 다시 꺼내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강대국의 흥망'의 초판 표지.'강대국의 흥망'의 초판 표지.


35년 전 1월, '강대국의 흥망'의 출간이 세상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었던 내 책의 영향은 지금 돌이켜봐도 놀라울 뿐이다. 1987년 말, 내 책의 편집자였던 제이슨 엡스타인은 이 책이 "보통의" 역사 서적과는 판매에 있어서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의 보수주의 지도자인 노먼 포드호레츠가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내 연구를 맹공격한 것을 보고는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에 책을 더 많이 찍어낼 것으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뉴스테이츠먼에 기고한 글에서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흥망'이 마치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유출된 문서 마냥 서방 각국 각료들과 대사들에게 읽히고 있다고 했다. 2011년 미국 특수부대는 아보타바드 소재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습격했을 때 빈라덴 서재에서 '흥망' 한 권을 발견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벌어졌고,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었던 것일까? 1988년과 1989년은 역사적인 해였다. 전 세계 힘의 축이 이동하고 있었고, 독자들은 설명을 원했다. 그리고 '흥망'이 하나의 설명을 제공했다. 즉, 지정학적 영향력과 군사력은 언제나 경제력의 결과이며, 경제력은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썼다. "국제관계에서 지도적 국가들의 상대적 힘은 항상 변한다. 여러 나라 사이에 경제성장률이 균등하지 않고, 기술 및 조직상의 혁신이 여러 나라에 불균등하게 적용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의 패턴은 현재와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어느 강대국의 상대적 경제력은 계속해서 변하며, 따라서 어느 나라도 영원히 1등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회고적인' 역사저작들과 달리 '흥망'은 전망을 제시했다.

이 책의 주장은 레이건의 미국이 소련의 막강한 군사력과 일본의 힘찬 경제적 상승 사이에 끼어있는 것 같았던 1988년 1월에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당시는 '쇠퇴'라는 표현이 언론보도, 대학 세미나, 토크쇼, 의사당 등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시기였다. 서방의 대학들과 수많은 학술지들은 당시 "강대국의 대전략"이라 불렸던 연구에 몰두해 있었는데, 대부분 2차 세계대전이나 냉전 초기의 외교 및 군사적 결정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강대국의 흥망성쇠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했고, 논객들은 미국이 힘의 상승을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일에 분주했다. 하지만 1989년 즈음에 이르자 군사적으로 과잉 확장되어 있던 소련이 매우 빠르게 쇠퇴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또 사람들의 관심이 소련의 쇠퇴에 집중되어 있던 1991년 말, 일본 경제는 가라앉고 있었고 중국은 경제적, 군사적 상승을 시작하고 있었다.


바로 몇 년 전인 1988년 1월, '흥망'이 막 읽히기 시작했을 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레이건의 미국은 이른바 제국의 과잉확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경쟁국인 소련은 여전히 단단해보였고, 일본의 경제적 상승은 확실해보였다.

이 책이 나온 후 그 짧은 몇 년 동안 얼마나 빨리 역사의 수레바퀴가 방향을 틀었는지! 만약 이 책이 3년 후, 즉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제1차 걸프전쟁에서 사담 후세인의 군대를 격파하고, 30년 동안 쉴새 없이 성장해온 일본 경제가 일순간 멈춰버렸을 뿐만 아니라 고르바쵸프가 소련을 해체하고 있던 1991년에 출간되었더라면 흥행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대국들이 가지는 세계질서상의 상대적 지위는 국내에서의 생산력 및 경제력에 달려 있으며, 국가들 사이의 불균등 성장률이 국가들의 서열을 변화시킨다는 이 책의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 담겨있다. '흥망'에서 인용한 문구들 중 1918년 레닌이 볼셰비키 동료에게 던진 질문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독일은 자본주의 발전에 있어서 영국과 비교했을 때 형편없이 가난했고 별로 안 중요했던 나라였다. 일본도 당시 러시아와 비교했을 때 별 볼일 없는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본다면, 10~20년 사이에 제국주의 국가들의 상대적 힘이 아무런 변화 없이 계속 같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절대로 말이 안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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