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한해 2조 팔린 '이 약'… 위기의 부광약품 구원투수 될까?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11.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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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 조현병 치료제 '라투다' 식약처 허가
지난해 미국서 1.9조 매출… "국내 수백원대 매출 기대"
경영 악화로 위기에 빠진 부광약품… 경영진 교체 단행

美서 한해 2조 팔린 '이 약'… 위기의 부광약품 구원투수 될까?


부광약품 (6,150원 0.00%)이 조현병 치료제 '라투다'(성분명: 루라시돈염산염)로 재기를 노린다. 회사는 라투다가 연 매출 수백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만 약 2조원 매출을 올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적자로 전환하며 위기에 빠진 부광약품에 라투다가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부광약품의 조현병·제1형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라투다의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라투다는 일본의 스미토모 파마가 개발한 비정형 항정신성 약물이다. 1일 1회 먹는 형태의 약이다. 조현병과 제1형 양극성 우울증 치료에 사용된다. 제1형 양극성 우울증은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관심과 즐거움 없이 우울증세가 나타나는 병이다. 라투다는 중추신경계의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해 뇌 신경 전달물질의 작용을 차단하는 원리로 조현병과 우울증을 치료한다.

부광약품은 2017년 라투다의 국내 독점 개발·판권을 사들였다. 부광약품이 지난해 라투다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고 식약처 승인을 신청한 지 꼬박 1년이 넘어서야 허가됐다.



라투다는 부광약품 매출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투다는 전 세계 53개국에서 이미 허가받아 사용되는 약물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14억65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96억엔(약 830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스미토모 파마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은 125억엔(약 1100억원)이다.

한국에서도 라투다는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에서 최대 2400억원까지 예상된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급여 등재 여부와 약가가 얼마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정확한 매출 추측은 힘들다"면서도 "회사 자체적으로 CNS(중추신경계) 영업부를 두고 있고, 제품 자체도 2조원 이상 세일즈가 나는 블록버스터 약이기에 수백억원대 매출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투다는 조현병 치료제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제1형 양극성 우울증에도 많이 처방되고, 이쪽 시장이 더 크다"고 부연했다.
美서 한해 2조 팔린 '이 약'… 위기의 부광약품 구원투수 될까?
라투다는 지난 9월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 검사를 마쳤다. 이후 부광약품은 라투다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을 거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부광약품 주가는 라투다 품목허가에 따른 기대감에 힘입어 전 거래일 대비 460원(7.59%) 오른 6520원에 장을 마감했다.

부광약품은 최근 경영 부진에 빠지며 위기를 겪었다. 라투다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회사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은 2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5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은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이번 분기 영업손실은 108억원이다. 전년 동기에 32억원 영업이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종속회사들의 실적을 포함하면 상황이 더 안 좋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광약품의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217억원이다. 전년 동기의 누적 영업손실 38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손실 폭이 크게 늘었다.

부진에 빠진 부광약품은 경영진까지 교체했다. 지난 17일 공시에서 20여년간 회사에서 근무했던 유희원 대표가 물러났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2014년 취임해 9년간 부광약품을 이끌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부광약품 단독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부광약품의 실적 악화를 책임지고 유 대표가 사임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날 OCI그룹은 임원 인사를 단행해 서진석 OCI홀딩스 사장을 부광약품의 CEO(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서진석 사장이 CEO 역할을 하지만 사내이사는 아니기에 이 회장의 단독 대표 체제는 계속된다. 사임한 유 대표를 대신해 내년 초 새로운 경영진이 부광약품 대표에 부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부광약품 측은 아직 확정된 사실이나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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