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위기가 돌아온다[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3.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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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의 영향은 아직까지는 이상기후 현상이나 그로 인한 자연재해로만 느껴지고 있는 편이지만 곧 국제정세 자체를 뒤흔들게 될 것입니다. 식량위기는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전례가 있습니다. 역사가 제프리 파커의 'Global Crisis'(2013)는 17세기의 기후변화와 전쟁에 대해 분석한 기념비적인 저작인데 당시 소빙기小氷期의 도래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떨어지면서 밀과 쌀을 비롯한 곡물의 작황이 50% 가까이 하락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17세기 유럽에서 전쟁이 없었던 해는 단 3년에 불과했을 정도로 항구적인 전쟁 상태에 있었고(토마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을 쓴 게 바로 이때입니다) 세계 인구의 3분의1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쌀 시장은 국제 시장과 상당히 유리되어 있어 한국에서는 이를 전혀 체감할 수 없지만 국제 쌀 시장의 가격위기는 이미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식량위기의 타격을 가장 크게 입는 곳이 주로 아프리카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위기가 아프리카에서 끝날리 없습니다.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대규모 유럽행 이민이 오늘날 유럽의 정치 상황을 만든 것처럼 파문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체감할 수 있는 규모로 돌아올 것입니다. 때문에 작금의 쌀 위기가 향후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을 꾸준히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자지구=AP/뉴시스]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지는 가자지구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주민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배급소에 몰려들고 있다. 2023.11.14. /그래픽=PADO[가자지구=AP/뉴시스]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지는 가자지구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주민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배급소에 몰려들고 있다. 2023.11.14. /그래픽=PADO


나이지리아의 경제 수도 라고스에서는 볶음밥이 인기 있는 메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볶음밥을 주문하지 않는다고 레스토랑 매니저 토니 알라데코모는 말한다.

고급 비즈니스 지구인 빅토리아아일랜드에 위치한 레스토랑 '그레이매터소셜스페이스'의 지배인 알라데코모는 1년 전 1500나이라(2400원)였던 볶음밥의 가격이 4000나이라(6300원)까지 치솟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고 한다.



나이지리아에서 쌀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량이며 국민 요리인 졸로프라이스(jollof rice)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통계청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수입 쌀 1kg의 가격은 8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34% 상승했다.

나이지리아가 2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씨름하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생산량 부족과 국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쌀 수출을 단속하면서 쌀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부가 싸라기--방글라데시에서 베냉(Benin)까지 가난한 나라들이 주로 수입하는 저렴한 쌀 부스러기--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되었으며, 이 조치는 여전히 시행 중이다.

인도의 쌀 수출금지 조치 이후 인도, 태국, 베트남 등 주요 쌀 생산국의 쌀 가격이 급등했다. 인도의 쌀 수출금지 조치 이후 인도, 태국, 베트남 등 주요 쌀 생산국의 쌀 가격이 급등했다.
인도는 7월 말 바스마티가 아닌 백미의 수출을 금지했고, 8월에는 바스마티 쌀의 최저 판매 가격 규제와 찐쌀에 대한 관세 20%를 2024년 3월까지 연장했다.

"세계 무역의 40%를 차지하는 국가가 수출품의 절반을 금지하고 나머지 절반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참 난감한 일입니다." 식량안보 싱크탱크인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전 미국 농무부 수석 경제학자인 조셉 글로버는 말한다.


7월 금지 조치의 즉각적인 결과로 아시아와 북미 소비자들의 사재기와 주요 쌀 생산국 정부의 대응 조치가 뒤따랐다.

현재 인도의 쌀 수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쌀 수입국들은 작황이 예상보다 좋게 나와 인도 정부가 수출 규제를 완화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식량 가격은 모디 총리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는 이슈 중 하나다. 태평양 전역의 더위와 가뭄과 연관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내년에는 재배 환경이 너무 건조해져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수출제한을 유지하고 다른 생산국들도 이를 따르게 되면 2008년의 쌀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시 보호주의 정책의 확산으로 쌀 가격이 6개월 만에 3배로 치솟아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카리브해에서 사회 불안이 촉발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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