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리볼빙 이용 10명 중 2명, 고신용자…마통 2배 금리로 이용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11.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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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리볼빙의 배신①고신용자 리볼빙 평균 12.34~15.98%, 은행 마이너스통장 5.69~5.84%

편집자주 신용점수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가 15%가 넘는 고금리로 빚을 갚고 있다. 카드사 리볼빙 얘기다. 리볼링을 잘못 이용했다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험도 있다. 은행 신용대출도 5%면 빌릴 수 있는 이들은 왜 고금리 리볼빙을 쓰는지, 카드사의 잘못된 유혹은 없었는지 리볼빙을 재조명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카드사의 리볼빙 이용자 10명 중 1~2명은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로 나타났다. 카드론·현금서비스를 받는 고신용자가 100명 중 1~2명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카드사의 권유로 고신용자가 리볼빙에 유입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에서 5% 안팎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신용자가 평균 12%가 넘는 리볼빙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 중 15~16%는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가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9월말 리볼빙 잔액 7조6126억원을 고려하면 고신용자가 이용하는 리볼빙 잔액만 1조원이 넘는 셈이다. 같은 시점 카드론·현금서비스 잔액 중 900점 이상 고신용자가 대출받은 금액은 1~2%에 불과했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를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카드 대금이 부족한 고객이 연체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상환 부담이 큰 대출성 상품이다.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여러 달 연속으로 이용하면 갚아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볼빙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신용점수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리볼빙이 저신용자의 전유물로 여겨진 이유다.

900점 이상 고신용자는 은행 대출 대비 2~3배 높은 금리로 리볼빙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말 카드사가 900점 이상 고신용자에게 적용한 리볼빙 금리는 평균 12.34~15.98%에 이른다. 반면 지난달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900점 이상 개인 고객이 일반신용대출을 받을 때 5.55~5.98%의 금리를 적용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도 5.69~5.84%였다.



1금융권인 은행에서 저렴한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고신용자가 리볼빙으로 유입되는 기현상에 카드사가 리볼빙이 필요치 않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부분의 카드사는 최근까지 리볼빙을 '일부 결제', '최소 결제' 등으로 표기해 비판을 받았다. 일부 카드사는 고객이 카드를 발급할 때 리볼빙이 이자가 붙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리볼빙을 신청해보라'며 약관 동의를 권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카드사와 금융당국엔 "자신도 모르는 새 리볼빙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내용의 민원이 간간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고신용자의 유입이 자연적으로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는 카드론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각에선 DSR 규제 한도까지 은행 대출을 받은 고신용자가 현금이 부족해 리볼빙을 일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올해 카드사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높인 것도 고신용자의 비중이 올라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900점 이상 고신용자의 비중이 카드론·현금서비스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다"라며 "다만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지시로 리볼빙 설명 의무를 강화했기 때문에 고신용자 중 상당수는 필요에 의해 유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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