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케이시 켈리. /사진=뉴스1
LG 트윈스의 케이시 켈리(왼쪽에서 3번째). /사진=뉴시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5)가 LG 트윈스와 5번째 동행을 결정하면서 팬들에게 남긴 따뜻하기 그지 없는 계약 소감이다.
켈리가 2019년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고 KBO리그에 발을 디딘 후 LG와 벌써 6번째 동행이다. 그 6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뛰어난 성적으로 2020년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했으나,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한 구단의 재정 사정을 이해해 10만 달러 깎인 140만 달러에 LG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그 뒤로도 승승장구해 2022년 150만 달러를 거쳐 2023년에는 180만 달러까지 도달했다.
그렇게 통산 144경기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 875⅔이닝 684탈삼진으로 LG 역대 외국인 투수 통산 최다승 투수의 위엄을 잃지 않은 채 5번째 정규시즌을 마쳤다. LG는 재계약의 이유로 "KBO 통산 68승을 달성한 켈리는 이미 검증된 선수다. 2024시즌 선발로테이션 한 자리를 켈리와 함께 할 수 있어 든든하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다시 본인 모습을 찾은 만큼 2024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꾸준한 모습으로 우리 팬들의 기대와 사랑에 보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LG 트윈스의 케이시 켈리.
LG 트윈스의 케이시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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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선수 못지않게 '팀 퍼스트'와 '팬 사랑'이 지극한 외인이 2선발이어서 오히려 LG의 왕조 도전은 허언으로 보이지 않는다. KBO 관계자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성공 필수 조건으로 기량도 기량이지만, 적응력을 꼽는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계약으로 LG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투수로 남게 된 켈리는 단연 최고였다. 팀원들로부터 최고의 동료로 꼽히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 스스로도 이미 지난해 계약 당시 "서울이 고향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
팀 퍼스트 정신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2021시즌에는 아내가 미국에서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음에도 출산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 중 5일 휴식 후 선발 등판이 루틴이면서도 "팀에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3일 휴식 후) 5이닝 정도는 던져도 괜찮다"는 뜻을 밝혀 와 염 감독의 이례적인 시리즈 도중 재계약 발언을 끌어내기도 했다. 염 감독은 "프런트의 생각이 중요하지만, 나는 고민하지 않고 켈리와 내년에도 함께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팀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게, 다른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왔을 때 큰 힘이 된다. 1선발 외국인 투수를 잘 구하면서, 2선발의 역할은 켈리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미 한국, KBO리그, LG의 팀 문화에 완벽한 적응이 된 켈리가 있다면 어떤 외국인 투수가 오든 구단과 사이에서 훌륭한 가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외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가을야구에서 켈리만큼 믿음직한 투수는 없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승을 기록하면서 켈리는 KBO리그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선발승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포스트시즌 통산 8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2.08, 47⅔이닝 34탈삼진으로 '잠실 예수', '가을 에이스'에 걸맞은 성적을 보여줬다. 왕조 건설을 노리는 팀에게는 단언코 지나칠 수 없는 매력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