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하면 1년 못사는 '이 유방암', 혁신신약 건보 관문 첫 통과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11.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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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사이언스의 '트로델비' 암질심 통과
삼중음성유방암, 매우 공격적… 재발 이후 생존기간 1년 안 돼
트로델비, 삼중음성유방암 혁신신약 중 첫 급여 등재 기대

재발하면 1년 못사는 '이 유방암', 혁신신약 건보 관문 첫 통과


공격적이기로 유명한 '삼중음성유방암'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이 커졌다. '트로델비'라는 약으로 앞서 2차례 이상 항암 치료를 받은, 더는 옵션이 없는 환자에게 사용된다. 반면 삼중음성유방암 1차 치료 급여 등재에 도전했던 키트루다는 고배를 마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전날 저녁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트로델비의 급여 기준을 설정했다. 트로델비는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의 항암제로 삼중음성유방암을 치료한다.



트로델비는 TROP-2 단백질을 표적하는 ADC(항체약물 접합제)다. 지난 5월 국내에서 허가받은 뒤 7월부터 급여 등재 절차를 밟았다. 절제가 불가능하고 국소진행성·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서 3차 치료제로 사용된다. 이전에 2차례 이상 항암 치료를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

암질심은 항암제 건강보험 등재의 첫 관문이다. 항암제가 암질심을 통과했다는 건 급여 등재 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에는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사와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을 거쳐야 한다.



트로델비의 건강보험 등재는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삼중음성유방암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 중에선 급여 혜택이 적용된 게 없었다. 트로델비가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급여가 적용되는 첫 치료제가 된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호르몬인 ER(에스트로겐수용체)과 PR(프로게스테론수용체)이 모두 음성이고,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인 HER2까지 검출되지 않는 유방암이다. '삼중음성'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다. 그렇기에 호르몬이나 HER2 유전자를 표적하는 기존 항암제가 제대로 듣지 않는다.

치료제는 제한적이지만 삼중음성유방암은 매우 공격적이다. 국내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이 삼중음성유방암이다. 다른 유방암과 달리 40세 미만 여성, 즉 젊은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재발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1~3기에선 환자의 약 절반이 재발을 경험한다. 보통 3~5년 이내 재발을 경험하며 다른 유방암보다 내장으로의 전이 비율도 높다. 재발 이후에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미만이다. 5년 상대생존율도 10%에 불과하다.

현재 삼중음성유방암 치료는 1차에서 세포독성 화학항암제, 2차에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후 재발한 환자에게는 마땅히 쓸 치료제가 없다. 다시 처음부터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를 사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부작용도 크기에 남은 생존기간 동안 삶의 질도 매우 떨어진다.

이번에 트로델비가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환자는 3차 이상 치료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트로델비는 임상시험에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3.9개월 늘렸다.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2.1개월이다. 대조군 환자의 생존기간 중앙값 6.7개월과 비교하면 큰 개선이다.

한국MSD의 키트루다도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에서 건강보험 등재에 도전했다. 그러나 트로델비와 달리 암질심에서 '재논의' 판정을 받았다. 재논의는 제약사의 재정 분담안을 제출받아 치료제의 의학적 타당성과 필요성을 다시 논의하자는 결정이다. 처음부터 급여 등재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키트루다는 암세포 표면의 'PD-L1' 단백질이 양성이고,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고 세포독성 화학항암제와 같이 투여한다. 트로델비와 달리 환자의 첫 번째 치료부터 사용할 수 있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키트루다와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를 투여받은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9.7개월이었다. 대조군인 5.6개월에 비해 4개월 이상 더 생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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