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단장 "김강민, 한화선 스타팅으로 나갈 수도", '단돈 1억'에 데려온 베테랑... 관건은 '은퇴 여부'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3.11.22 17:56
글자크기
22일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은 김강민(오른쪽). /사진=SSG 랜더스22일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은 김강민(오른쪽). /사진=SSG 랜더스


김강민(왼쪽에서 2번째). /사진=SSG 랜더스김강민(왼쪽에서 2번째). /사진=SSG 랜더스
전날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안치홍(34)을, 이날 2차 드래프트에 풀린 SSG 랜더스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41)까지 영입했다. 한화 이글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연으로 '특급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특별시 서초동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년 2차 드래프트 결과를 발표했다.



총 22명이 팀을 옮겼고 직전 시즌 순위 역순으로 2번째 순번을 받은 한화는 1라운드에 LG 트윈스 투수 이상규, 2라운드를 건너뛴 뒤 3라운드에서 NC 다이노스 투수 배민서를 택했다. 이어 하위권 3팀에 추가적으로 부여되는 2개 라운드의 기회를 살려 4라운드에서 SSG 김강민을 지명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게 김강민의 한화행이었다. 김강민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모범 베테랑이다.



경북고 졸업 후 2001년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지명을 받은 그는 22시즌 동안 팀을 지켰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은퇴까지 고민하던 찰나에 나온 한화의 지명은 퍽 놀라운 일이었다.

김강민. /사진=SSG 랜더스김강민. /사진=SSG 랜더스
김강민(왼쪽)이 추신수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김강민(왼쪽)이 추신수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김강민은 SSG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확연히 출전 기회가 줄기는 했지만 SSG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은 그를 상상하긴 힘들었다. 심지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공포의 대타'로 활약하며 결정적 홈런 2방을 날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될 만큼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러나 지난해 잔부상에 시달리며 70경기에서 타율 0.226 2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627로 부진에 빠졌고 세대교체를 천명한 팀 컬러에 따라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보호선수 35인에서 빠졌다.


한화도 그를 처음부터 고민했다고 보긴 어렵다. 3라운드까지도 그를 택한 팀은 없었고 한화 또한 1억 원의 보상금만으로 김강민을 품게 됐다.

한화는 김강민이 팀에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장 큰 건 경험이다. 한화는 지난 시즌 외부 FA 채은성을 6년 90억 원에 품었다. 첫해 타자로서 능력엔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제 역할은 충분히 했다. 장종훈, 김태균 이후 한화에 홈런왕 타이틀을 안겨준 노시환의 괄목성장에 채은성이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은성은 낯선 팀으로 이적을 해서도 전지훈련부터 선수들을 이끌며 독려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많은 조언을 했고 '밥 잘 사주는 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후배들을 챙겼다. 노시환과는 '웨이트 메이트'로서 훈련 루틴까지 점검해줬다. 이러한 시즌 준비가 밑받침이 돼 노시환은 올 시즌 홈런왕과 타점왕을 동시 석권할 수 있었다.

한화는 오프시즌 바쁘게 움직였다. 베테랑 투수 정우람과 플레잉 코치로 계약하며 대우했고 21일 안치홍과 FA 계약을 맺었다. 내야 보강은 물론이고 경험의 가치를 높게 매겼다. 손 단장은 구단을 통해 "정말 필요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우리는 선수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리더십도 검증된 선수인 만큼 우리 팀에 많은 젊은 선수들이 배울점이 많은 선수라는 생각에 빠르게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22일 2차 드래프트 현장에 들어서는 손혁 한화 단장. 22일 2차 드래프트 현장에 들어서는 손혁 한화 단장.
수비를 펼치는 김강민. /사진=SSG 랜더스수비를 펼치는 김강민. /사진=SSG 랜더스
김강민을 데려온 이유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만 본 것은 아니다. 2차 드래프트 후 스타뉴스와 통화를 가진 손 단장은 "김강민 선수는 경험도 경험이긴 하지만 아직도 충분히 선수를 더 할 수 있다고 일단 판단을 했다"며 "특히 우리 팀에 온다면 스타팅으로 나갈 때도 있고 대수비나 대타로서도 그 역할을 1~2년 이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도 판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경험 적인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당장만 본 건 아니다"라는 손 단장은 "최인호나 이진영, 장진혁 등 좋은 외야수들이 있는데 그 선수들이 한 두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특히 수비 부분에서 김강민 선수가 옆에서 몸소 보여주거나 말로 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좋게 보고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또 "SK에서 투수 코치하던 시절에 김강민 선수랑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그때 수비와 관련한 부분이라든지 야구관 등에 대해 머릿속에 들어왔던 좋은 것들이 많았다. 선수들의 가치를 훨씬 더 높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을 해서 지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한화행을 확신할 수는 없다. SSG 관계자는 2차 드래프트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김강민 선수와 은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다. 정확하게 '은퇴를 언제 한다' 이렇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하게 되면 은퇴 경기는 언제 할지 이런 부분에 대해 중간 중간 교감을 나눴다. 그러다 보니 보호 선수 명단에 넣는 것도 조금 어려운 부분이었고 타 구단의 지명은 우리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22시즌을 한 팀에서만 뛰었던 선수가 선수 생활 말미에 타 팀으로 이적하는 걸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김강민도 마찬가지일 터. 다만 한화는 김강민의 가치를 높게 샀고 선수로서도 현역 연장에 의지가 있다면 자신을 알아주는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올 시즌 노시환(왼쪽)의 성장에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던 채은성.올 시즌 노시환(왼쪽)의 성장에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던 채은성.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