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땐 은행주?…횡재세 압박에 바람맞은 주가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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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 땐 은행주?…횡재세 압박에 바람맞은 주가


금융권을 향한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 수위가 날로 강해지면서 은행주가 얼어붙었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올해 호실적을 나타냈고 연말 배당도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주가는 맥을 못 춘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 지수는 최근 한 달간 0.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9% 오른 점을 감안하면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개별 주요 종목을 살펴보면 KB금융 (80,100원 ▼900 -1.11%)(-5.42%), 하나금융지주 (63,100원 ▼500 -0.79%)(-4.23%), 기업은행 (13,900원 ▼80 -0.57%)(-1.85%) 등이 하락했다. 신한지주 (47,700원 ▼450 -0.93%)(2.78%), DGB금융지주 (8,230원 ▼330 -3.86%)(1.58%), 우리금융지주 (14,580원 ▼60 -0.41%)(1.35%), BNK금융지주 (8,570원 ▼90 -1.04%)(0.56%) 등이 상승했지만 코스피 상승분에 못 미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이 코스피를 8590억원 순매수하는 가운데 은행주는 1170억원 팔아치웠다. 보통 연말 배당 효과로 은행주가 강세를 보이는 데 '찬 바람 불 땐 은행주'라는 말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돈 잘 번 은행, 배당 매력 떨어지나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에 들어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부는 급증하는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 대응 필요성과 함께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11월6일부터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를 전면금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2023.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에 들어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부는 급증하는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 대응 필요성과 함께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11월6일부터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를 전면금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2023.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국내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14조1000억원) 대비 38.2%(5조4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은행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이자 이익으로만 44조2000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40조6000억원)과 비교해서도 8.9%(3조6000억원) 늘었다.

이 같은 역대급 실적에도 은행이 웃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권과 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각종 정책 변수에 따라 은행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이 은행 종 노릇을 한다"는 발언부터 야당의 '횡재세'법,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압박 강도를 높이는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 이익을 거론하며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야당이 드라이브를 건 횡재세 논의까지 언급했다.


야당은 최근 직전 금융회사가 직전 5개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초과 이익의 40% 이내에서 상생 금융 기여금을 내게 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도입되면 최대 2조원 가까운 기여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비슷한 규모로 대출 후 금리 상승분만큼 이자를 일부 돌려주는 '캐시백' 방식도 논의 중이다.

"과도한 저평가" vs "은행주 쉬어가라"
이같이 여야를 떠나 은행의 사회적 책임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법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은행 초과 이익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증시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규제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는 점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짚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규모가 크고 적음을 떠나 규제 우려가 계속 부각돼 은행주 센티멘트에 부정적"이라며 "모멘텀 부재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투자심리 약화 현상으로 은행주는 당분간 쉬어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조만간 은행들이 올해 배당 선진화 방안 실시 여부를 공시할 텐데 예단은 어렵지만,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금융지주사들도 올해부터 배당 선진화 방안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배당기준일이 이연됨에 따라 배당투자 기대감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다소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은행주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자 이탈, 이익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횡재세보다는 추가 준비금 적립 등의 형태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은행이 추가 준비금을 적립해도 기존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을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이전 대비 현저히 확대된 주주환원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버퍼를 확보해둔 상황인 만큼 안정적인 실적 방어, 주주환원에 기반한 하방경직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본 이익 체력 대비 과도한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비중을 축소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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