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변신의 귀재' 제이스코, 연강선재 리스크에 두번째 모험

머니투데이 서하나 기자 2023.11.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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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0년 이상 지속해온 철강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철강 주조사들은 저마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경량화 추세로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신소재가 각광 받으면서 자동차용 철강 주조사들은 더욱 큰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 맏형을 비롯한 기업들은 저마다 유보 자금과 신규 투자를 활용해 M&A 대상을 물색하고 신규 사업 투자를 검토하며 새 활로를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더벨에서 새 기회를 찾는 철강 주조 산업의 중견 기업들을 조망해봤다.

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제이스코홀딩스 (1,230원 ▲15 +1.23%)(구 제일제강)는 연강선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철강산업 자체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연강선재 시장은 유독 혹독한 시기를 겪고 있다. 산업 자체의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중국산 연강선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고 했다. 산업발 위기는 제이스코홀딩스가 누구보다 빠르게 새 먹거리를 찾아나선 배경이 됐다. 2차전지, 의료기기, 블록체인 등 광범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끝에 필리핀 니켈광산이란 차별화된 기회를 선점했다. 과거 이형철강을 생산하다 연강선재로 사업 영역을 과감히 튼 적이 있는데 이번엔 한층 과감한 변신을 눈앞에 뒀다.

◇1964년 설립돼 주력사업 이형철강 → 연강선재로 첫 변신



제이스코홀딩스는 1964년 설립된 제일제강이 모태다. 수십년 이상을 건설용 철근인 이형철강 생산에 주력해왔지만 2000년대부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성장 한계에 부딪쳤다. 신규 사업으로 연강선재 생산을 수차례 검토했지만 시장 진출을 위한 비용 부담이 커 번번히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08년 일본의 아이치제강에서 선재 생산 설비를 450억원에 매각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선재를 생산하기 위해선 설비 투자만으로 최소 2000억원이 들던 시절이었다. 중견기업으로서 감당하기 벅한 규모였기에, 아이치제강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일부 인수 자금(300억원)을 조달하자 신사업은 빠르게 추진됐다. 아이치제강 출신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생산 직원을 충원했다. 브라질 우지미나스(Usiminas)·포스코·현대제철 등과도 계약을 맺었다. 2012년 4월부터 연간 36만톤(t) 규모의 양산체제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선재는 연강과 경강으로 나뉘는데 연강은 탄소 성분 0.22% 이하의 저탄소강으로 철사류에 주로 쓰인다. 반면 경강은 산업기계나 피아노 강선, 볼트와 너트 등에 쓰인다. 당시 국내에서 선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어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었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연강선재를 건설 현장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 옷걸이와 문구류에도 적용하면서 국내 선재 생산의 과점 사업자로서 지위를 굳혀 나갔다. 2021년 기준 연강선재매출 비중은 약 57%를 차지했고 경강선재(BIC) 23%, 이형철근 20% 등 비중을 보였다.

◇외부요인 좌우되는 사업구조 탈피 '안간힘'…'니켈광산+연강선재' 같이 간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실적에 부침이 있긴 했지만 2013년 약 494억원 수준이던 매출을 지난해 약 841억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키웠다. 2021년엔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도 거뒀다. 매출 약 845억원, 영업이익 약 53억원 등을 기록했다.

문제는 외부 환경에 좌우되는 수익성이었다. 연강선재가 주로 쓰이는 건설, 조선, 자동차 업황에 따라 변동성이 컸다. 코로나19 때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산업 철강 수요가 동시에 침체되면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80억원 가까운 순손실을 냈던 일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원재료 가격 상승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침투, 국내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도 동시에 이뤄졌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계속해서 실적이 흔들리자 포트폴리오 변신의 필요성은 점점 커졌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현재의 사명으로 바꾸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 가상현실 플랫폼 등 다양한 신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이후 태양광 전문기업 윌링스를 인수하고, 라파메딕스와 전국 총판 계약을 체결하면서 의료기기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종착점은 의외의 지점에서 만났다. 제이스코홀딩스는 필리핀 현지 파트너사 EVMDC(EV마이닝&디벨롭먼트, 이하 EV마이닝)와 꾸준히 거래하고 있었는데 마침 EV마이닝 쪽에선 니켈 광산 개발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니켈광산 사업의 전망이 좋고 현지 사정에 밝았지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던 찰나 신사업을 찾던 제이스코홀딩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제이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연강선재 산업은 시장 규모가 연간 3000억원으로 정해져 큰 변동성이 없고, 사실상 과점 구조라 끊임없는 점유율 싸움을 벌여야 한다"며 "코스닥 상장사로서 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책임감이 컸는데 니켈원광 사업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니켈광산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않은 만큼 주력인 연강선재 사업에도 더욱 힘을 싣는다. 원가 관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 효율을 높여 연강선재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제이스코홀딩스의 제품은 경쟁사 대비 제품 중량이 약 20% 가량 무겁고, 냉각효과가 좋아 균일한 강도와 사이즈를 형성, 제품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더 좋다고 평가된다. 저온압연 시스템의 구축으로 극저탄 생산에 최적화된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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