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제이스코홀딩스, 탄력받는 니켈원광 사업 성공 변수는

머니투데이 서하나 기자 2023.11.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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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0년 이상 지속해온 철강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철강 주조사들은 저마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경량화 추세로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신소재가 각광 받으면서 자동차용 철강 주조사들은 더욱 큰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 맏형을 비롯한 기업들은 저마다 유보 자금과 신규 투자를 활용해 M&A 대상을 물색하고 신규 사업 투자를 검토하며 새 활로를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더벨에서 새 기회를 찾는 철강 주조 산업의 중견 기업들을 조망해봤다.

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제이스코홀딩스 (1,230원 ▲15 +1.23%)는 지난해 말 출사표를 던진 필리핀 니켈원광 사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총 300억원 규모의 예산 중 절반 가량 투자를 집행했고 필리핀 현지 파트너사와 독점 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초 채굴을 시작하면 계약에 따른 마진과 배당이익 등이 발생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온전히 필리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보니 현지 상황과 변화를 늘 예의주시해야 하고 니켈을 둘러싼 글로벌 수요나 가격 변동 등 대외환경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대외 환경이 신사업 성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니켈원광 사업, 2022년 말 출사표 던진 뒤 1년 새 '성큼'



제이스코홀딩스의 필리핀 니켈원광 사업은 순항 중이다. 올해 2월 필리핀에 현지 자회사 'JSCO PH'를 설립했고 곧바로 공동사업을 위한 파트너 EVMDC(EV마이닝&디벨롭먼트, 이하 EV마이닝) 지분 10%를 취득했다. 지난달 니켈원광 독점 판매권 계약을 맺은 뒤 취득 자금도 모두 완납했다.

제이스코홀딩스가 필리핀 니켈원광 사업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총 300억원 규모다. 이중 EV마이닝 지분 취득을 위해 50억원 정도를 투자했고, 나머지 250억원은 판매권 계약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이 중 100억원 정도는 이미 집행을 마쳐 앞으로 대략 15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원광은 필리핀 동부 연안 민다나오(Mindanao)섬 지역에 있다. B, C, D등 총 3개로 나뉘는 구역 중 D구역의 독점 판매권을 취득했고 연내 B, C구역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후 광산 내부에 길을 내고 건물을 짓고 선적 포트로의 운동 수단 확보 등 마일스톤에 따른 후속 투자를 집행한다. 운송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기 위해 타 기업이 쓰고 있는 포트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업 구조는 명확하다. EV마이닝이 채굴한 흙 형태의 니켈 '라테라이트'를 채굴하면 제이스코홀딩스가 원물 가공 기업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니켈을 제련까지 해서 수출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필리핀에선 라테라이트 형태로 수출이 가능하다. 제련소를 직접 짓지 않아도 돼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제이스코홀딩스가 내년 초 채굴을 시작하면 전체 매출의 5%를 판매 수수료로 취득하고, EV마이닝 실적과 연동해 배당 수익 등을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니켈 판매가는 글로벌 니켈 가격에 연동되는데 기본적으로 신사업 수익률은 기존 철강 사업의 수익성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9.4%, 6.2%, -7.4% 등으로 들쑥날쑥했다.

◇필리핀 현지 파트너에 맡겨야…니켈 가격 어디로 튈지도 '지켜봐야"

잘 되면 '대박'이지만 니켈원광 사업엔 크게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필리핀 현지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다 보니 통제력이 떨어진단 점이다. EV마이닝이 이미 니켈원광 채굴에 대한 인허가를 획득했음에도 향후 정부 기조가 어떻게 달라질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다만 제이스코홀딩스측은 필리핀 현지 사업 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현지법인 JSCO PH를 설립했다.

또 하나는 니켈원광 사업 자체의 비전이다. 제이스코홀딩스가 지난해 말 신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니켈 수요가 2025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니켈 수요는 기대를 밑돌고 있다. 만약 전기차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천천히 성장해 수요가 정체될 경우 니켈 가격에 영향을 미쳐 수익성을 침해할 수 있다.

니켈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광물 자원 확보는 미래 패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대표 주자인 미국과 중국 간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중국 니켈산업의 대표주자인 칭산그룹은 일찌감치 광물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도네시아 모로왈리에 항구, 공항, 기숙사, 호텔 등 거대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지인 인도네시아를 장악하면서 전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20%를 공급하며 니켈 산업을 통제하고 있다.

후발주자 미국은 미국 내 혹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르헨티나, 칠레 등 여러 국가와 일련의 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맞서고 있다. 미국 포드 자동차는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세계 1,2위 업체인 미국 앨버말과 칠레 SQM 등과 10만 미터톤 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럼에도 니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관심이 뜨거운 광물이다. 니켈은 합금, 도금, 특수강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나 생산량의 약 70%는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쓰인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바뀌면서 니켈 확보를 위한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니켈은 전기차용 2차전지의 충전 용량을 늘려 주행거리를 결정짓는 핵심 원료로 꼽힌다.

니켈은 현재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2~3년 뒤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EN 리서치는 글로벌 2차 전지용 니켈 수요 2025년 84만 1000톤, 2030년 237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38만5000톤 대비 각각 2배, 6배 증가한 수치다.

제이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직접 필리핀을 방문해 광산에 올라갔고 드릴링 작업을 통해 함량 테스트 등을 진행했다"며 "니켈원광 신사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외형과 수익성 증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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