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9명의 FA 승인 명단을 공시하고 시장이 열린 뒤 이틀 만에 나온 계약 소식이다. 엄밀히 FA 계약 1호는 롯데 자이언츠에 잔류한 전준우지만 더 많은 시선을 사로잡은 건 외부 영입 1호 안치홍이었다.

한화는 2023년에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시즌 도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이별하고 최원호 2군 감독을 승격시켰다. 18년 만에 8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기도 했지만 결국 3년 연속 꼴찌에서 벗어난 것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문동주가 시속 160㎞ 강속구를 앞세워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고 노시환은 한화 역사상 3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가진 선수가 됐다. 타점왕까지 2관왕에 오른 그는 리그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로 꼽힐 만큼 성장했다.
루키 문현빈은 내외야를 오가면서도 주전으로 도약했고 불펜진에서 활약한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팀 타선은 타율 0.241로 최하위였다. 타선 보강이 시급했다. 페라자에 이어 안치홍을 데려오며 타선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손 단장은 안치홍에 대해 "2번 타자부터 클린업의 뒤를 받치는 역할까지 모두 해낼 수 있는 선수인 만큼 새로 온 외국인 선수와 노시환, 채은성 선수와 함께 시너지를 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제 막을 연 스토브리그에서 한화는 향후 어떻게 움직일까. 더 파격적인 행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은 가장 급한 임무를 처리한 만큼 내부 단속에 우선순위를 둘 예정이다. 손혁 단장은 "외국인 타자와 FA 타자 안치홍을 영입했기 때문에 이제 내부 FA 장민재도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추가 영입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포지션 중복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양석환을 영입한다면 그야말로 '핵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손 단장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2차 드래프트, 외국인 투수 문제 등 FA 외에도 풀어나가야 할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시장 상황을 보며 신중하게 움직일 계획"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2차 드래프트가 스토브리그의 판도를 크게 뒤흔들 수 있다. 2차 드래프트는 4년 만에 부활해22일 열린다. 각 구단의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구단별 보호 선수 40인 외에서 1~3라운드를 거친 지명이 가능했던 제도였으나 한동안 폐지돼 퓨처스 FA 제대로 대체됐다.
그러나 4년 만에 돌아온 2차 드래프트는 라운드별 양도금을 1억 원씩 상향하는 대신 보호선수를 40인에서 35인으로 축소했다. 보다 양질의 선수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이번 2차 드래프트에 다소 전성기가 꺾인 베테랑 선수 몇몇이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나 SSG 랜더스의 일발장타를 갖춘 내야수와 다년계약으로 묶은 투수가 35인에 묶이지 않았다는 소문이 야구계에 퍼지고 있다.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갖는 한화가 이번 2차 드래프트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이들이 풀린 게 맞다고 하더라도 덜컥 쉽게 영입할 수는 없다. 이미 고액 연봉자인 베테랑들을 데려올 경우 샐러리캡(연봉 상한액) 셈법이 복잡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라운드 4억 원, 2라운드 3억 원, 3라운드 2억 원, 4라운드 이하 1억 원으로 최대 5명을 다 데려온다고 할 땐 양도금만 11억 원이 발생한다. 이 또한 적잖은 부담일 수는 있다.
다만 위험을 감수한다면 '대박 영입'이 될 수도 있다. 꼭 베테랑들이 아니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를 데려온다면 재미를 볼 수 있는 게 2차 드래프트의 묘미다. 두산 베어스의 유망주 투수였던 이재학은 NC 다이노스의 지명을 받은 뒤 2013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는 등 11시즌 동안 81승을 NC에 안겼다.
2012년과 2018년 롯데가 두산에서 데려간 김성배와 오현택은 각각 31세이브를 올린 특급 클로저와 25홀드를 챙긴 홀드왕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올 시즌 LG 트윈스에 29년 만의 우승을 도운 신민재도 두산에서 2차 드래프트로 LG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물론 FA에 비해 보장된 활약 가능성이 낮기에 어느 정도 모험을 걸어야 하는 게 2차 드래프트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미 안치홍 영입에 적잖은 돈을 쓴 한화로선 2차 드래프트에서 추가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보강이 필요한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