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중2 대입안에 쏟아진 우려보니.."변별력 약화"vs"줄세우기 해소"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3.11.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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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 타워(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공청회'에 참석한 학부모 및 교육 관계자들이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의 시안 발표를 경청하며 주요 내용을 안내 책자에 적고 있다/사진=뉴스1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 타워(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공청회'에 참석한 학부모 및 교육 관계자들이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의 시안 발표를 경청하며 주요 내용을 안내 책자에 적고 있다/사진=뉴스1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 통합과목은 고1 기초수준의 과목을 고3에 상대평가로 실시한다는 것으로 킬러문항보다 더한 '괴상한 문항'이 출제될 것으로 예고하는 것입니다."(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부소장)

"수능이 절대평가가 된다면 변별력이 약화돼 더 이상 대입 전형의 지표로 활용되기 어려워져 학부모들은 사교육이 폭발하고 불공정한 입시가 판치게 된다는 우려를 합니다." (신상숙 중학교2학년 학부모)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대입 개편안)'를 두고 쏟아진 각계 각층의 목소리다. 특히 교육계 안팎에선 성취(절대)와 절대 평가를 병기하는 내신 5등급제를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수능 통합과목 시행과 교육부가 추가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심화수학에 대한 우려와 기대도 교차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이같이 대학 입학처장과 고교 교사, 학부모,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보는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지역 설명회에 이어 대입 개편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는 공식 행사다.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수능 선택과목을 없애고 고교 내신을 전 5등급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재 '공통+선택' 과목 체제로 치러지는 수능은 2028학년도 수능부터 국어와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이 통합형 단일과목으로 바뀐다. 현재 미적분Ⅱ·기하를 '심화수학' 영역으로 신설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 고교 내신은 5등급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되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현장에선 고교 내신 절대평가와 등급 축소 제도를 두고 이견이 가장 컸. 교육부 시안대로 상대평가 병기를 지지하는 측은 성적 부풀리기 문제와 교사의 평가 부담 증가 등을 부작용으로 제기했다. 대입개편안 토론에 나선 강윤정 구암고 교사는 "고교 내신을 기존 9등급 체제에서 5등급으로 개편하고 고1부터 고3까지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객관적 변별력을 확보해 내신에 대한 불신과 성적 부풀리기로 파행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00% 절대평가는 성적 부풀리기와 내신 성적에 대한 불신으로 내신을 무력화시킬 것이고 이는 대학별 고사 필요성 대두와 정시 확대, 특목고와 자사고 선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인 김삼열 동의대 입학처장도 "수능과 내신에서의 완전 절대평가로의 변환은 입시 변별력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돼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대평가로 인한 성적 줄세우기 문제점을 들며 전 영역 절대평가화를 주장하는 견해도 있었다. 주종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2팀장은 "수능 주요과목은 9등급, 내신은 5등급으로 상대평가가 유지되면 그에 따라 교실 수업이 단순 암기와 문제풀이 매몰되고 교육과정 정상화는 여전히 먼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고교학점제 하에서 상대평가가 시행되면 각 과목별 유·불리 편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수능 상대평가와 고교학점제,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정책이 서로 상충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 입학처장은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으로 학생의 선택권을 장려하면서 수능에서 선택 교과목 폐지 방향으로 하는 것이 서로 상충돼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태훈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 내신 성적 산출을 석차 5등급제와 성취평가제로 병행하는 것은 동일한 학습 평가에 대해 두 다른 방식의 성적이 부여될 경우 대입에서 각 대학의 내신 고려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면 성적 산출 방식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입시 컨설팅 의존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미라 부소장은 "심화수학 추가는 통합과학, 통합사회 과목을 수능 공통과목으로 포함해 학생들의 기본 학력을 확인코자 하는 의도와 상충된다"고 진단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금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5년 후에는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융합·통합적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가의 기본은 공정성에서 시작된다"며 "공정과 안정, 융합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대입 개편안 시안을 설계하고 제시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 등을 종합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 장소 일대에서는 대입 개편안을 두고 진보·보수 교육계의 목소리가 부딪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 교육단체들은 집회를 열고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자유민주교육국민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들은 '상대평가 사수'를 외쳤다. 공청회 현장이 120여석 정도로 제한돼 현장에 입장하지 못한 측에서 항의를 하고, 일부는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해야 한다는 피켓을 들면서 이를 제지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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