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헛걸음" 주민센터 열리자마자 우르르…오픈런까지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정진솔 기자, 민수정 기자 2023.11.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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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 운영을 시작한 오전 9시부터 민원인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민수정 기자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 운영을 시작한 오전 9시부터 민원인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민수정 기자


"지난주에 헛걸음하고 다시 왔어요."

20일 오전 8시50분, 지역 주민센터가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 '오픈런(문이 열리자 마자 입장)'을 하려는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정부 행정전산망 '새올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이 기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원 업무와 정부24를 통한 민원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정상화 첫날인 이날 오전 9시가 되자 서울 종로구 교남동주민센터에는 민원인 5명이 한 번에 입장했다. 민원 창구 2곳에는 자리가 빌 틈이 없이 새로운 민원인으로 채워졌다. 운영 1시간쯤 지난 뒤 대기 번호는 12번을 나타냈다. 평소보다 민원인은 많았지만 서류 발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별다른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사는 50대 윤모씨는 지난주 주택청약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해 주민센터를 다시 찾았다. 윤씨는 "서비스가 마비되는 바람에 서류를 제출하러 의정부까지 1시간 거리를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원인을 모른다고 하니 혹여 개인정보가 잘못되진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A씨는 "세입자가 전세 보증보험 관련 서류를 해달라고 해서 지난주 금요일, 토요일에 이어 세 번째 주민센터를 찾았다"며 "번거롭긴 하지만 추가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이 주민센터 관계자는 "시스템 복구는 완료가 됐지만 평소보다 민원인이 2배 정도 많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도 "복구가 완료돼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며 "현장에 나가보니 (민원인들이) 불편 없이 서류를 다 발급해갔다"고 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 '새올' 장애가 나흘 만에 복구된 20일 광주 북구청 1층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민원발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3.11.20.[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 '새올' 장애가 나흘 만에 복구된 20일 광주 북구청 1층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민원발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3.11.20.
서울 마포구 아현동주민센터 상황도 비슷했다. 패딩 차림으로 이날 오전 9시쯤 이 주민센터를 방문한 김모씨(60)는 "차 계약에 필요한 서류를 떼러 17일에 왔다가 그냥 돌아가야 했다"며 "며칠 동안이나 불편을 겪어야 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아들과 함께 주민센터를 찾은 60대 여성 B씨는 "아들이 시각장애인이라서 장애인 자동차 매도 관련 서류를 떼러 왔다"며 "17일까지 내야 하는 서류가 있어서 그날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결국 못 뗐고 벌금을 내게 됐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서울 마포구 도화동주민센터를 방문한 박찬형씨(56)는 "17일 오전에 왔다가 그 돌아갔다"며 "그때 재난 문자로라도 고지를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 전산망 먹통으로 부동산 거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공인중개사들은 서류가 제때 발급되지 않아 부동산 거래가 연기되는 등의 불편을 겪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주에 포항 사람이 부동산 매매 잔금을 처리하는 과정에 서류를 떼 왔어야 했는데 이게 제대로 안 돼 오늘로 일정을 조정했다"며 "잔금 시간을 연장해야 하니 이와 관련된 법무사, 매도인, 매수인 일정을 다 수정해야 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엊그제 계약을 해야 했는데 시스템이 막혀 오늘 저녁으로 미뤘다"며 "예전에 KT가 먹통 됐을 때는 보상금이라도 줬는데 이번에는 보상책도 없고 그냥 넘어가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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