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은 미래 경제 핵심…한국과 덴마크는 좋은 협력국"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3.11.20 16:00
글자크기

[2023 그린비즈니스위크(GBW) 미리보기]스벤 올링 주한 덴마크 대사 인터뷰

17일 스벤 올링 주한 덴마크 대사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17일 스벤 올링 주한 덴마크 대사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미래의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는 빠르게 에너지 전환을 이루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가가 갖게 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중요한 경쟁 변수가 될 겁니다. "

스벤 올링 주한 덴마크 대사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소재 주한덴마크 대사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와 한국은 녹색 협력에 매우 잘 어울린다(good match)"며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이 에너지 전환에서 두 국가가 협력하기 좋은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주한 덴마크 대사관은 오는 22~24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그린비즈니스위크(GBW)에서 24일 '해상풍력 및 전력망 강화를 위한 덴마크와 한국의 협력'을 주제로 세션을 주최한다. 덴마크 에너지 정책 추진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 에너지청·덴마크의 한국전력 격인 에너지넷 관계자가 방한 해 한국에너지공단과 덴마크의 해상풍력 도입 경험을 나눈다. GBW를 앞두고 올링 대사를 만나 해상풍력 선도국으로서 덴마크의 경험과 한국과 덴마크간 녹색협력의 가능성을 들었다.

"지금의 재생에너지는 저렴한 에너지"
덴마크 에너지 전환의 기원은 1970년대 오일쇼크다. 당시엔 환경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해 화석연료 비중을 낮춰야 할 필요가 커졌다. 중동 의존을 탈피하려는 외교적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1970년대 초 에너지 다각화를 시작했다. 이후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며 학계에서 연구 목적으로 다루던 재생에너지를 상업화했다. 현재는 해상풍력 산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국가 중 한 곳이 덴마크다. 덴마크는 발전의 약 6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2030년 이 비중을 100%로 끌어 올릴 계획인데, 이 목표에 풍력발전 비중이 절대적이다. 세계 첫 상업 규모 해상풍력 단지도 1991년 덴마크에 건설됐다.



올링 대사는 덴마크가 겪은 에너지 전환 경험을 설명하며 "우리가 깨뜨려야 할 한 가지 신화가 있는데, 에너지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들 거란 생각"이라 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오늘날 가장 저렴한 에너지 유형"이라며 "30년, 15년 전엔 해상풍력 발전에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최근 덴마크 대형 해상풍력 단지 입찰에선 낙찰을 받은 개발업체들이 보조금을 받는 대신 오히려 정부에 돈을 지불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2020년 덴마크의 에너지원별 발전단가(LCOE, 균등화 발전비용 기준)를 보면 해상풍력은 MWh(메가와트시) 당 50유로 선이나 석탄과 천연가스는 각각 90유로, 80유로대다.

이렇게 발전단가를 낮추기까지는 해상풍력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효율적인 전력망을 갖추는 전환의 여정이 있었다. 해상풍력이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정책·전력망 등의 정비가 필요한 한국에서 덴마크의 선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특히 한국에서 해상풍력 도입의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주민수용성 확보와 관련, 올링 대사는 "해양 지역을 개발하기 시작하면 많은 어민들, 바다에 항로나 인프라를 보유한 이들, 관광업 등과 복잡한 문제를 마주쳐야 한다"며 지역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을 풀어가는 게 필연적 과정이라 했다. 그는 "투명하고 신속한 공개 절차를 두고, 소통을 일찍 시작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경험"이라며 "계획을 공개적으로 공유해 두려움과 불신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 어느 주체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수행할 지를 명확히 하고, 해양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개발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안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인허가 간소화 등 해상풍력 도입을 위한 제도 마련도 핵심 요소로 꼽았다. 그는 덴마크에서도 "여러 기관, 다양한 일정 등으로 기업들이 관료주의에 직면했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개발사가 프로젝트를 더 간단하고,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법이 필요했다"고 했다. 덴마크는 '재생에너지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해상풍력 발전 관련 규제 완화를 법제화했다. 정부 주도 계획입지를 법제화한 건 물론, 현재 에너지청으로 인허가 창구가 일원화 돼 있다. 유사한 법이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에도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과제인 전력망 확충에 대해서는 "덴마크에서 찾은 해결책은 전력망 확장을 해상풍력 개발사가 하는 일에 통합했다는 것"이라며 "전력망 확장이 입찰에 들어가는 패키지의 일부"라 했다. 공공 및 민간의 협업 형태로 전력망 확충 비용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발전의 6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었던 촉진제로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이웃 국가와 인터커넥터(국가 간 전력 이동이 가능한 송전망)를 설치해 전력을 공유 할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 그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지역적으로 부하를 공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에너지 전환은 미래 경제 핵심…한국과 덴마크는 좋은 협력국"
한국·덴마크 그린수소 협력하기 좋아…농업·선박·에너지 효율도 협력 가능성 높아
수년 앞으로 다가온 재생에너지 100% 시대에는 덴마크가 추진 중인 에너지섬이 "미래의 인터커넥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에너지섬에서 해상풍력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다른 국가의 전력망에 연결하는 구상이다. 생산한 전력을 수소 등으로 변환하는 파워투엑스(PtX)*로 수소도 수출할 수 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웃국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수소를 많이 생산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미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과 북해와 발트해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링 대사는 "이 것은 덴마크가 한국과 논의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며 그린수소 협력에서 이런 구상이 유효할 거라 했다. 바다가 많은 한국에도 에너지섬을 지어 해상풍력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플랫폼을 만들 수 있고, 이 플랫폼 구축에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덴마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링 대사는 "덴마크의 강점은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 등"이라며 "한국은 해상풍력과 연계해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했을 뿐아니라, 수소 버스와 수소 이용 등에 대한 의무 규정이 강하고 다운스트림에서 인프라가 이미 많이 갖춰져 있다"고 했다.

해상풍력 외 양국의 녹색 협력 분야로는 바이오가스 등 지속 가능한 농업과 친환경 선박을 꼽았다. 덴마크 물류회사 머스크가 이미 HD현대중공업에 메탄올 선박을 발주하는 등 선박 부문에서는 협력이 현재진행형이다. 에너지 효율 제고도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꼽았다. 그는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건물의 단열재, 펌프 효율 등을 개선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에너지 가격이 낮아서 이를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여기에 필요한 테스트들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올링 대사는 "에너지 정책을 안보 정책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며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생산한다는 건 한국 경제에 좋을 뿐아니라 정세가 불안정할 수 있는 다른 국가에서 독립한다는 게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 덧붙였다.

※파워 투 엑스(Power-to-X:PtX):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에너지로 물에서 수소를 분해한 뒤 이 수소(그린 수소)를 연료·화학물질 생산에 직접 사용하거나, 질소(N) 또는 탄소(C) 등 다른 원소와 결합시켜 사용하는 것. 수소에 탄소(C)를 첨가하면 e-디젤, e-메탄올, e-메탄과 같은 e-연료를 생산해 수송 등에 쓸 수 있고, 수소에 질소(N)를 첨가하면 농업용 비료 등으로 쓰이는 e-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다.

※스벤 올링 대사는
△2023~주 대한민국 대사, △2020년 주 이집트 대사 △2016년 주 튀르키예 대사, △2013년 덴마크 외교부 수출진흥국장, △2010년 주 방글라데시 대사 △2007년 덴마크 외교부 COP15 사무국장 △1994년 덴마크 외교부 영사과 사무관 △코펜하겐대 정치경제학 학사/석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