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주전자재료는 다음해부터 SK온에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한다. SK온의 북미 시장향 전기차용 셀에 사용할 예정이다. 양사는 지난해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하고 SK온 배터리 시스템에 적합한 실리콘 재료를 개발해왔다.
SKC 역시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넥시온에 총 8000만 달러(약 950억원)를 투자한 이후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자회사 '얼티머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시범 생산 시점은 다음해 1월이다. 이후 저함량(15% 이하) 실리콘 음극재 양산 체제를 갖추고, 고함량(15% 이상) 제품 개발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인수한 실리콘 음극재 개발 업체 테라테크노스의 사명을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변경하고 관련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경북 포항에 공장을 만들고 있다. 2025년 연 5000톤, 2030년 연 2만5000톤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게 목표다.
대주전자재료가 경기도 시흥시 소재 ‘배터리캠퍼스’에서 실리콘음극재 대규모 양산을 위한 시설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음극재가 흑연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것과 차이난다. 실리콘으로 음극재를 만들면 흑연 제품 대비 에너지밀도를 4~10배 정도 높일 수 있고, 충전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실리콘의 부풀어 오르는 성질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라는 단점을 극복하는 게 업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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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는 흑연에 실리콘을 5~10% 정도 섞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향후 이 비중을 높여나가는 게 중요하다. 실리콘의 비중을 끌어올릴 수록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이 개선된다. 흑연 음극재의 경우 포스코퓨처엠이 국내 거의 유일한 생산 기업인 것과 달리, 실리콘 음극재는 여러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래성과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SK온이 대주전자재료와 손잡은 것처럼, 배터리 업계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를 장착한 배터리를 일부 고급차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가 현실화될 예정이어서 실리콘 음극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흑연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흑연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동시에 실리콘 음극재 비중을 끌어올려 중국의 '자원 무기화'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될 수록 실리콘 음극재 개발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며 "어려운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리콘 음극재 기술 확보와 같이 미래를 대비하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가져가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