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교육부·법원에 이어 행정망도 마비… 고개 숙인 '디지털 정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3.11.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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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교사·학부모·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나이스(NEIS) 사태와 교육 퇴행 주범 이주호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03.[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교사·학부모·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나이스(NEIS) 사태와 교육 퇴행 주범 이주호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03.


지난 17일 발생한 전국 행정망 마비 사태가 정상화되지 못한 가운데 올해 들어 발생한 공공 IT 인프라 마비사태가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까지 지속된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마비 사태에 이어 올 3월 법원 전산망 마비 사태, 올 6월 교육부의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마비 사태까지 잇따라 터지며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과제로 내세운 정부도 면구스러운 상황이 됐다.



얼핏 보면 잇따른 정부·공공기관의 시스템 오류의 원인은 제각각 달라 보인다. 지난해 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와 올 6월 교육부 NEIS 사태가 불거졌을 때는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한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무리하게 막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요도가 높은 공공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임에도 정치적 논리에 의해 '대기업'과 그 이외의 '중견·중소기업'으로 기업군을 나누고 중견·중소기업만 공공 일감을 몰아준 탓에 부실 시스템이 탄생했다는 주장이었다. 중견·중소기업의 체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실력 있는 대기업을 배제하고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에만 의존하다 생긴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계약 당시 발주처와 수주 기업간 합의된 내용과 다른 작업이 추가되는 과정에서의 숱한 잡음들도 공공 IT 시스템 불안을 초래한 이유로 꼽혔다. 프로젝트 수행에는 장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기술의 변화·발달 속도는 빠른 상황에서 발주처의 구체적 요구사항을 프로젝트에 적용하려다 보면 추가적 인력·장비 투입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추가과업 대가에 대한 이견이 빚어지는 게 다반사다. 이 때문에 실제 소송까지 비화된 경우도 있다. 2020년 CJ올리브네트웍스, KCC정보통신이 국방부를 상대로 추가과업 대가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복지부·교육부·법원에 이어 행정망도 마비… 고개 숙인 '디지털 정부'
올 3월 법원 전산망 시스템 오류는 신생 부산·수원 회생법원 개원을 앞두고 데이터를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생긴 오류가 법원 전산망 마비 사태로 이어졌다. 법원 전산망 사고는 2007년, 2009년, 2018년, 2022년에도 잇따랐다. 법원 전상망 시스템 마비 사태는 2002년 법원이 재판 사무 시스템을 전산 인프라 위에 구축한 후 20년간 땜질식 서비스 신설과 처방을 반복해 일원화된 체계 없이 운영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관건은 '돈'이라고 지적한다. 각 부처의 주요 업무에 비해 IT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된 탓에 IT 시스템 고도화에 필요한 예산도 적게 배정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기치로 내걸었음에도 필요 예산을 책정하는 단계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최종 빌런(Villain, 악당)은 예산당국이라는 말이 있다"며 "공공 시스템 불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 논란이 생기지만 결국 IT 시스템과 인프라에 대한 예산이 부족한 탓에 민간 기업들끼리 다투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사업이 진행된 후 필요에 따라 과업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고 그 때마다 필요한 예산을 배정받아야 한다"며 "이게 제대로 배정되지 않으니 사업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고 최종 산출물에서도 문제가 생긴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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