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녹이는데 탄소가 감축된다고요?[이슈속으로]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3.11.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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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플라스틱을 고온으로 녹이는 것도 탄소가 나오지 않나요?"

SK지오센트릭이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를 건설한다. 오는 2025년 말 울산ARC가 완공되면 매년 32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1년간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약 350만t)의 9%를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플라스틱 원료로 반복해서 재탄생시키는 '세계 최대 도시유전'이 SK지오센트릭의 구상이다.

울산ARC에는 현존하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중 가장 앞선 기법 3가지가 적용된다. 플라스틱을 300~800도의 고열에 끓여 '원유'처럼 만드는 열분해 및 후처리 기술, 플라스틱을 녹여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순수한 폴리프로필렌(PP)만 추출하는 고순도 PP 추출, 플라스틱을 이루는 플라스틱을 이루는 덩어리를 해체해 기초 원료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이다. 기존 선별, 파쇄 등 과정을 거치는 물리적(기계적) 방식에 비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열분해, 고순도 PP 추출 등 과정에서도 화석연료가 들어가며 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이에 대해 "LCA(환경 전과정 평가, life-cycle assessment) 측면에서 기존(소각) 방식 대비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분명하다"고 답했다. LAC는 제품의 원료채취 단계, 가공, 조립, 수송, 사용, 폐기의 모든 과정에 걸친 에너지와 자원을 정량화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총탄소량을 계산했을 때, 소각보다 '재자원화'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 사장은 지난 15일 울산 ARC 착공식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서 이미 LCA 관점에서 기존 소각 방식 대비 1.5배 정도의 탄소 감축 효과를 지닌다고 인증했다"며 "ARC에서 구현하는 세 가지 기술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기존 공정 대비 70~80% 수준까지 감축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순환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줄여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모두 갖춰나가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프랑스의 비영리 기업인 씨테오(CITEO)에 따르면 플라스틱 1톤을 재자원화하는 것은 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고순도 PP 추출 기술을 보유한 PCT의 더스틴 올슨 최고경영자(CEO)는 탄소배출에 대해 "유럽에선 화석연료 대비 55% 정도의 탄소감축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에너지 면에 있어선 80% 정도의 에너지 감축이 있다"고 했다.

관건은 재활용되는 폐플라스틱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 연 960만톤의 폐플라스틱이 배출됐는데, 그중 재활용 비중은 230만톤(24%)에 불과했다. 나머지 670만톤은 소각됐고, 60만톤은 매립됐다. 수거·선별이라는 어려움 때문이다. ARC의 기술을 활용하면 오염된 소재, 유색 페트(PET)병 등 기존에 재활용이 어려웠던 플라스틱도 원료와 동등한 수준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 발전시키면서 점차 효율성 증대됨에 따라 탄소 및 에너지 감축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녹이는데 탄소가 감축된다고요?[이슈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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