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쿠팡 거리두기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e커머스의 부상으로 유통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선택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쿠팡을 위시한 유통업체들은 '이제는 제조업체가 갑'이라며 PB(자체브랜드)나 NPB(공동기획상품) 등 자신만의 상품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그동안 성장을 위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이해관계(제조업체, 유통업체, 플랫폼)에서 벗어나 독립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 없이 성장을 이룬 것은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올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8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5분기 연속 흑자다. 쿠팡의 3분기 매출은 8조10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쿠팡의 활성고객(제품을 분기에 한번이라도 산 고객) 수는 2042만명으로 전년(1799만명) 대비 14% 증가했다.
두 기업 모두 '1위 없이 성장하는 법'을 찾은 셈이다. 식품 제조업체는 특정 유통업체가 1위 절대강자로, 유통업체는 특정 식품 제조업체가 1위 강자로 고착화되길 원치 원한다. 서로가 막강한 지위로 자리잡을 경우 가격 협상에 서로의 파워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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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쿠팡에 들어가지 않는 대신 네이버(도착보장)·이마트 등 타 유통채널과의 협력을 강화했고 쿠팡은 하림의 더미식, 동원의 쎈쿡, 오뚜기의 오뚜기밥 등 대체품 판매를 늘렸다. 쿠팡 내에서 즉석밥 판매는 올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양 사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기 때문에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찾을 뿐"이라며 "고물가 시대다보니 최종 가격을 낮추는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네이버도 "자체 성장 동력 찾아라"유통업체들도 네이버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제살 깎기 최저가 경쟁보다는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e커머스들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동안 네이버 등 검색포털에 수수료를 내왔다.
e커머스들은 이제는 자사몰로 직접 유입시키기 위해 멤버십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거나 지마켓 빅스마일데이, 11번가 십일절처럼 정기적인 세일을 진행한다. 소비자들이 예상 가능한 시점에 앱을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쿠팡을 제외한 대형 e커머스들이 적자폭을 줄였는데, 매출도 소폭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