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500조 민항기 시장, 한국도 잡아야 할 미래 성장동력"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3.11.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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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KAI 기체사업부문장 인터뷰

박경은 KAI 기체사업부문장/사진제공=KAI박경은 KAI 기체사업부문장/사진제공=KAI


"KAI 기체사업은 기체구조물 제작·납품을 넘어, 민항기 신규 개발부터 후속지원까지 민항기의 전 수명주기 동안 사업에 참여해 고부가가치 물량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박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기체사업부문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KAI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민항기 개발에 참여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기체사업은 그동안 군수 사업에 비해 외부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KAI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KAI는 민항기의 기체구조물을 제작해 보잉, 에어버스 등 글로벌 민항기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기체사업은 748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36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체사업은 그동안 KAI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책임져왔다.



KAI는 올해 다양한 제품군에서 신규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2월 보잉의 민항기 착륙장치 구조물 조립체를 시작으로, 5월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Collins Aerospace)의 엔진 구조물, 7월 에어버스의 A320 계열 주익 구조물, 9월 에어버스의 A320 계열 주익 구성품 제작 물량을 수주했다. 신규 고객을 발굴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주익, 미익, 동체 구조물 외에도 엔진 구조물과 난삭재 가공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앞으로 10년 치 물량도 두둑이 쌓아뒀다. 올해 수주 목표는 지난 10월 이미 달성했다. 박 부문장은 "기존 사업의 연장 계약이 아닌 새로운 품목으로의 수주 확대는 그동안 KAI가 보여준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 철저한 사업관리와 이행 능력에 대한 고객들의 인정과 신뢰의 결과"라고 자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민항기 시장은 회복세를 넘어 성장세를 달릴 전망이다. 항공분야 시장분석기관 포케스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세계의 민항기 시장 규모는 2023년 2294억 달러에서 2032년 3848억 달러(약 509조원)로 연평균 5.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 기체사업은 해외거점을 기존 미국과 프랑스에서 영국까지 넓혀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해외 민수업체 인수(M&A)도 검토 중이다. 박 부문장은 "2030년에는 2조원 매출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해외의 유망업체들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실사 등을 통해 기술력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가는 시장에 맞춰 KAI의 기체사업은 신규 민항기 개발까지 내다본다. 먼저 보잉과 에어버스가 착수할 차세대 민항기 개발 사업에 주익, 동체 등 핵심구조물의 국제공동개발 파트너(RSP) 업체로 참여하기 위해 개발 역량 확보에 열 올리고 있다. 다만 독자적인 민항기 개발은 국가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박 부문장은 최근 인증 지연, 개발비 증가, 적정 수주 물량 미확보 등 문제로 중단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스페이스 제트'(Space Jet) 중형민항기 개발 실패를 예로 들었다.


박 부문장은 당장의 과제로 코로나 직격탄 여파 해소를 꼽았다. 지난 몇 년간 항공여객 수요가 줄고, 민항기 감산이 이뤄지며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졌다. 최근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나 생산 물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중소협력업체는 경영 위기와 인력 부족으로 증가하는 물량을 생산과 적기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부문장은 '중소업체 집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24년 말 준공 예정인 항공국가산업단지를 항공 클러스터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공동생산 집적화 및 전문화 단지를 조성하고 공용 인프라를 지원하여 항공 부품의 수주부터 생산·납품까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 민항기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꾸준한 물량 창출이 동반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항공산업은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회임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단일 기업 수준에서는 사업 참여와 핵심적인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부문장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금융 제도의 마련을 통해 국내업체의 수주 경쟁력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며 "항공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이자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인식하고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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