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빔이 자체 개발한 레이저 통신 수신기/사진=류준영 기자
바로 옆에 있는 일반 천체망원경으로 공중에 뜬 드론(무인기)을 바라보던 오상훈 박사(스페이스빔 부설연구소 소장)가 말했다. "저기 산중턱에 빨간불 보이죠. 거리가 약 3km 정도 되는 데 저기서 지금 적외선 레이저 통신을 쏘고 있습니다." 이날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드론에 부착한 레이저 통신 송신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무실로 전송하는 시연이 진행됐다.
스페이스빔 김정훈 CEO/사진=류준영 기자
김 CEO는 "레이저 통신 모듈을 부착한 드론은 해경의 선박 수색이라든지 사고, 재난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데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표면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장면을 만약 4K로 생중계한다면 어떨 것 같냐"라고 물으면서 "2030년 우리나라 달 착륙선이 도착한 장면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우리 기술로 선명하게 보여주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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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천문학과 박사과정을 밟은 천문학자 3인이 공동창업한 스페이스빔이 최근 전파 통신의 한계를 극복할 레이저 통신 기술 장치를 구축한 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에 처음 공개했다.
전파에서 레이저 통신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이동통신업계에 빗대면 3G(3세대 통신)에서 6G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박 CTO는 레이저 통신을 우주에서 활용하면 '우주광(光)통신'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에서 생산되는 정보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현재 지구 저궤도에 약 4800개의 인공위성이 활동하고 있고, 매년 1000개 이상의 인공위성이 발사될 예정이다. 작은 통조림 혹은 박스 크기의 큐브위성의 실용화로 그 수는 더 늘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쓰고 있는 전파 통신은 속도나 양, 비용 측면에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오상훈 박사(스페이스빔 부설연구소 소장)/사진=류준영 기자
레이저는 전파 통신 속도보다 대략 100배 이상 빠른 데다 전파처럼 대역폭을 배정·허락할 필요가 없어 이용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높은 지향성으로 재밍(전파 방해·교란)에 강해 보안성이 좋다는 이점이 있다. 송신기의 크기는 현재 대략 가로·세로·높이 가 각각 10cm 정도로 기존 전파 장비보다 10분의 1로 작고 가벼운데다 전력 소모량도 2분의 1로 적어 위성 운용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레이저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신받아 TV로 보는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특히 우주광통신은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 탐사가 활발한 가운데 지구와 통신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미국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도 2021년 12월 우주광통신 실험을 본격화할 정도로 이 기술은 천문·우주업계에선 '핫'한 기술로 통한다. 나사는 오는 2035년 달에 우주기지를 세워 장기 체류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 우주광통신을 쓸 예정이다.
스페이스빔 측은 이달초 보현산 천문대에서 2차 실험을 실시, 20km 거리에서 실시간 드론 영상을 수신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이 같이 거리를 늘려가며 실증을 추진해 내년까지 우주광통신 위성단말기와 센서 개발을 완료하고, 우주광통신 지상국도 구축해 '우주광통신 플랫폼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김 CEO는 "항공우주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계·자동차하면 현대차 등의 기업이 연상되는데 천문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국내 기업이 없다"면서 "천문학 기술을 토대로 사회·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낸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원석 COO가 레이저 신호 세기를 계측하는 장치를 통해 통신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