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모르고…소비자 속이는 꼼수 막는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3.11.1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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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용량·수량'슬쩍 빼고…가격은 그대로
"단위가격 변화 고시 검토"
'깨알글씨 표시' 시정명령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10.26.[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10.26.


정부가 고물가시대에 편승하는 눈속임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대응해 소비자가 상품 '단위가격' 변화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말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이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 크기·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의미한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소비자 정책 총괄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품의 단위가격(g·ℓ당 가격 등) 변화를 소비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추가 제공하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 산업통상자원부 고시(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라 대형마트 등이 이미 상품 단위가격을 표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한 조치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상품의 단위가격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할지 등은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은 최근 슈링크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지난 3월 9000원짜리 핫도그 1봉지의 핫도그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였는데 최근에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동원F&B는 '양반김' 2종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줄였다.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2종 중량을 최대 16% 줄였다.


기업이 변경된 용량을 상품에 표기해도 정작 소비자는 인지하기 어려워 '눈 뜨고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한국도 프랑스 '까르푸'처럼 가격 변동 없이 용량이 줄어든 제품에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최근 프랑스에선 기업이 제품 용량을 변경할 때 해당 사실을 크게 표시해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기업이 제품 용량 변화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에는 한국에서도 공정거래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1992년 과자의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리고 용량을 '깨알 글씨'로 표시한 해태·롯데·크라운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다만 공정위로선 가격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이와 같은 '가격남용' 행위 적발은 상당히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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