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바이오 훈풍 다시 부는 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3.11.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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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종근당 충정로 본사. /사진제공=종근당종근당 충정로 본사. /사진제공=종근당


바이오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심상찮다. 여러 바이오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오는 사업 특성상 매출 기반 없이 R&D(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필수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다. 당장 내년 운영자금이 바닥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기업도 많다.

자금이 궁한 바이오는 기초 연구부터 줄인다.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 연구를 뒤로 미룬다. 이미 임상 단계에 진입했거나 기술이전이 가능한 파이프라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 기초 연구의 후퇴는 국내 주요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업체의 실적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CRO는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임상시험을 의뢰받아 대행하는 회사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국내 CRO 업계는 올해 줄줄이 적자의 늪에 빠졌다.

주요 CRO의 동반 실적 부진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비임상이나 초기 단계 임상 연구에 돈을 쓰지 않는단 의미다. 그만큼 국내 제약·바이오의 임상시험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일부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무조건 돈을 아끼고 보자는 인식도 팽배하다. CRO 현장에선 "올해 CRO 시장은 거의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토로가 나온다.



CRO의 위기를 단순히 바이오산업에 속한 한 업종의 부진으로 치부할 수 없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나 초기 단계 연구에 소홀할수록 K-바이오의 미래 먹거리가 사라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어느 정도 연구가 진전된 파이프라인으로 일부 기업이 기술수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 전체적으로 기초 단계 연구가 미진할수록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신약 연구는 10년 이상 긴 시간을 두고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해야 하는 영역이다.

바이오 기초 연구가 살아나려면 우선 산업에 돈이 돌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돼야 한다. 주가가 반등하고 투자하겠단 기관이 늘고 자금조달이 수월해져야 다시 기초 연구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지금처럼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열악한 시장 환경에선 요원한 일이다.

바이오에 다시 훈풍이 부는 날은 언제일까.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등도 바이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업화 성과를 보여줘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이달 종근당이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점은 반갑다. 또 비상장 바이오 벤처 오름테라퓨틱도 약 2300억원 규모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소식을 전했다. 그럼에도 바이오에 대한 극적인 분위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두 개 일부 기업이 아니라 다수 K-바이오가 잇따라 상업화 성과를 확보한다면 어떨까? 바이오를 보는 시장의 냉랭한 시선에 온기가 돌게 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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