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충정로 본사. /사진제공=종근당
자금이 궁한 바이오는 기초 연구부터 줄인다.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 연구를 뒤로 미룬다. 이미 임상 단계에 진입했거나 기술이전이 가능한 파이프라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주요 CRO의 동반 실적 부진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비임상이나 초기 단계 임상 연구에 돈을 쓰지 않는단 의미다. 그만큼 국내 제약·바이오의 임상시험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일부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무조건 돈을 아끼고 보자는 인식도 팽배하다. CRO 현장에선 "올해 CRO 시장은 거의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토로가 나온다.
바이오 기초 연구가 살아나려면 우선 산업에 돈이 돌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돼야 한다. 주가가 반등하고 투자하겠단 기관이 늘고 자금조달이 수월해져야 다시 기초 연구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지금처럼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열악한 시장 환경에선 요원한 일이다.
바이오에 다시 훈풍이 부는 날은 언제일까.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등도 바이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업화 성과를 보여줘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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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종근당이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점은 반갑다. 또 비상장 바이오 벤처 오름테라퓨틱도 약 2300억원 규모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소식을 전했다. 그럼에도 바이오에 대한 극적인 분위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두 개 일부 기업이 아니라 다수 K-바이오가 잇따라 상업화 성과를 확보한다면 어떨까? 바이오를 보는 시장의 냉랭한 시선에 온기가 돌게 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