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유기 장면을 목격했다며, 검단 온라인 카페에 찍어 올린 이의 사진. "아줌마, 뭐 하시는 거냐"고 따지자 부리나케 도망갔다고 했다./사진=검단 온라인 카페
차 문이 잠시 열렸다. 그리고는 작은 무언가가 길에 툭 던져졌다.
"뭐지 싶어 쳐다 봤는데 강아지였어요."
땅바닥에 던져진, 민트색 옷을 입은 갈색 푸들은 당황했다. 주인을 따라가겠다고 하염없이 차를 쫓아 뛰었다. 작은 다리로 거대한 차를, 가족이라 믿었던 이를, 아니 세상의 전부를 향해 미친듯이 달렸다.
/일러스트=팅커벨프로젝트
차 문이 열리자, 강아지는 좋다고 꼬릴 흔들었다. 그조차 주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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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향을 틀더니 이번엔 하천가 길에 또 버렸다. 강아지는 이번에도 황망하게 차를 쫓아 달렸다.
신호에 걸려 따라가는 게 늦었던 ㄱ씨는, 주인 차에 따라 붙은 뒤 항의했다.
"아줌마,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강아지 유기하시는 거예요? 이러면 안 됩니다."
그랬더니 그는 ㄱ씨에게 "난 원래 이렇게 한다. 앞에 농장에도 아는 사람이 있어 그런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단다.
ㄱ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동영상도 찍고, 차 번호 등도 다 증거로 남겨뒀다. 하지만 경찰은 "유기 미수라 어떤 형벌도 줄 수 없다"고 했단다. ㄱ씨는 검단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렸다. 댓글엔 "강아지를 또 버릴 것 같다", "인간도 아니다"라며 공분이 일었다.
남양주에서도 푸들 버려졌지만…'유기 미수'에 대한 法이 없다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에서도 강아지 유기 시도로 추정되는 사건이 있었다. 푸들은 차를 쫓아 미친듯이 달렸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목격한 이가 사진을 찍어 알렸다. 공분이 일었다. 동물보호단체 유엄빠가 경찰에 고발했다.
남양주 남부경찰서가 인근 차량 CCTV를 뒤졌다. 통신 수사도 병행했다. 이틀만에 보호자를 찾았다. 보호자는 "강아지가 차를 안 타서 가는 시늉을 하며 장난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수사는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유기 시도'였단 걸 밝혀도 처벌할 관련법도 없기 때문.
동물보호법 제8조 제4항엔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유기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행위'에 대해선 관련 법조항이 전혀 없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버리면 안 된단 걸 알기에, 다시 차에 태우고 발뺌하는 걸 수 있다"며 "유기에 대한 범위를 넓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기하면 잡힌다는 게 강력해지면, 유기동물이 많이 줄어들 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