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장의 도장 로봇. /사진=국제로봇연맹 제공
경남 고성경찰서는 고성의 한 파프리카 선별장에서 센서오류로 로봇팔에 압착돼 40대 근로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의뢰해 로봇의 정상 작동 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문제가 된 로봇은 사람과 상자를 구분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중량 이상의 물건이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집게팔을 가동하도록 만들어진 탓에 불시에 작동할 위험이 있었다.
지난 7일 경남 고성군의 한 파프리카 선별장에서 로봇 센서 작동 여부를 확인하던 설비 관리 업체 직원이 로봇 팔에 눌려 숨졌다. 사진은 사고가 일어난 선별장의 파프리카 박스를 운반하는 로봇. /사진=경남소방본부
이처럼 제조업 현장의 고령화와 인력부족에 따라 근로자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 도입이 점차 늘면서 관련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산업용 로봇 재해예방OPS'를 보면 최근 5년간 산업로봇 관련 사고 사망자는 16명이다.
지난 5월8일 경북 예천군 한 공장의 포장적재공정에서 가동중인 자동적재기에 쌀포대 교체작업 중 작업자가 자동적재기와 로봇 사이에 끼여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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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7일에는 경기 평택의 음료 생산공장에서 30대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와 연결된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산업용 로봇 재해예방OPS'./자료=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문가들은 로봇과 관련한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로봇에 의한 산업재해는 통상의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통해 산재 피해자 평균 임금의 60~70% 수준의 보상과 급여를 받는다. 나머지 손해에 대해서는 로봇 관리 법인이나 책임자 또는 제조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의사 출신으로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 변호사는 "수술용 기계나 산업현장의 로봇에 의한 산업재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는 원리는 비슷하다"며 "기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제조사나 판매사가 책임지고 관리의 잘못이라면 법인이나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기계 자체 문제는 제조물 책임법을 따라야 하는데 피해자가 제조사 잘못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대표적으로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는 "한국은 산업현장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자율형 로봇을 점차 도입하고 있는 단계"라며 "문제는 지금처럼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가 법적 책임을 질 것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로봇이라는 시스템의 오동작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법적으로 로봇을 운용하는 법인에 책임을 묻는 것은 쉽다"며 "다만 운용 자체에 문제가 없고 로봇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되면 사건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