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여름 같았는데"…성큼 온 겨울에 패딩 입고 어묵 '호~'[르포]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박상혁 기자 2023.11.0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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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인 8일 오전 8시쯤 서울 여의도. 시민들이 두터운 옷을 입고 출근길에 나선 모습./사진=박상혁 기자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인 8일 오전 8시쯤 서울 여의도. 시민들이 두터운 옷을 입고 출근길에 나선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8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여의도역 지하에 위치한 어묵 가게.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하나둘 어묵 꼬치를 집어들었다. 추운 날씨 탓에 금세 예닐곱 명이 모여들었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중년 남성은 추위를 달래기 위해서인지 어묵 국물을 한사발 삼키고 일터로 떠났다.

이상 고온이라 불릴 정도였던 포근한 날씨가 가고 늦가을 때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면서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체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절기상 겨울이 시작한다는 입동(立冬)인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섭씨 1.8도, 체감온도는 영하 0.8도다. 한파특보가 발효된 전날보다도 기온이 2도쯤 떨어졌다. 이로 인해 이날 서울에서 올가을 첫 서리와 얼음이 관측됐다.

이날 오전 7시쯤 여의도공원 앞 여의도 환승센터에는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를 이겨보려는 20대 여성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부는 걸음을 재촉하기도, 일부는 주머니나 옷 소매에 손을 넣기도 했다.



그래도 대부분 시민들은 전날에 이은 추위를 예견하고 두툼한 옷으로 무장한 모양새였다. 이날 거리 곳곳에선 장갑, 목도리 등 겨울용 방한 장비를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인 8일 오전. 서울 지역에 첫 서리가 관측됐다./사진=기상청 제공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인 8일 오전. 서울 지역에 첫 서리가 관측됐다./사진=기상청 제공
신도림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남성 A씨(47)는 마스크를 다시 꺼냈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 질문에 A씨는 "날이 추워지니까 코로나19(COVID-19)나 독감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패딩을 입은 이도 적지 않았다. 부천에서 여의도로 출근한 남성 B씨(45)는 "지난주는 여름 같았는데 오늘은 겨울 같다"며 "너무 춥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패딩은 오늘 입고 나왔지만 내복은 진짜 겨울을 위해 아껴뒀다"고 했다.


환승센터 정류장에서 김밥을 팔고 있는 여성 C씨(27)는 롱패딩을 입고 모자와 목도리, 장갑까지 착용했다. 하지만 오른손 장갑 검지 부분은 잘려 있었다. C씨는 "손님 카드나 돈을 잘 받으려고 잘라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덜 추웠을 때가 많이 팔렸고 오늘은 잘 안 팔린다"고 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현장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귀마개를 한 채 지나가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는 관계 없음./사진=뉴시스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현장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귀마개를 한 채 지나가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는 관계 없음./사진=뉴시스
추운 날씨 탓에 차가운 김밥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이 아침 출근길 호황을 맞았다. 간식 또는 야식의 대표주자 격인 어묵 가게를 찾는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따뜻한 커피도 마찬가지다. 남성 D씨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를 한손에 든 채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D씨는 "원래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만 오늘처럼 추운 날 손에 들고 있으면 따뜻하기도 해서 들고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패기'로 늦가을 추위를 이겨내는 이도 있다. 불광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했다는 남성 E씨는 여의도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면서 E씨는 "춥지만 저는 원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족"이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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