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농업 '스마트팜'으로 카타르 진출

머니투데이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2023.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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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중동 카타르는 경기도 보다 조금 큰, 작은 반도국이다. 1939년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진주조개잡이가 유일한 경제활동이었다. 물과 경작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먹거리가 다양하지도, 풍부하지도 못했다. 대추야자가 주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쌀과 생선으로 단촐하게 식단을 차렸다.

1893년 일본인 미키모토가 진주양식에 성공하면서 1920년대부터 일본산 진주가 페르시아만 지역의 진주산업 기반을 완전히 흔들기 시작했다. 유일한 돈벌이가 사라지면서 카타르는 생존의 위기를 맞이했다. 다행히 1939년 유전을 발견하면서 회생했고, 1990년대부터는 천연가스 덕으로 부국의 반열에 올랐다.



오늘날 카타르 국민은 실질적인 소득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약 290만 거주민중 자국민은 35만 여명 정도로 자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을 1억원으로 보아도 좋다.

중동 지역은 농업에 부적합한 지역인데다 교역 구조와 인구 증가 추세 등으로 식량 안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카타르도 예외는 아니다.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농업생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물과 경작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 효율이 높은 스마트팜 농업기술이 절실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아랍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하면서 유일한 육상 통로인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이 막히고, 단교국의 거부로 하늘길마저 닫히면서 외국에서 카타르로 오는 비행시간이 늘어났다. 혈관이 막히면 뇌세포손상에 따른 장애와 마비를 겪듯, 카타르는 수송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식량공급망 위기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모든 중동국가가 스마트팜 농업기술 발전에 적극적이지만, 최근 공급망 위기를 겪은 카타르만큼 절실함을 느끼는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달 24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중동지역 최초 A1클래스 원예박람회에 대한민국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형 야외정원 및 스마트 농업 전시관 등 한국관을 조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카타르는 한국의 뛰어난 스마트농업 기술력을 보고싶어 했고, 우리는 390평 규모의 한국관을 만들었다. "한국은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식량 부족을 겪던 국가였지만 현재는 농업의 생산.가공.유통 전 단계에서 ICT를 접목한 스마트농업 시스템의 발전을 이루어냈다"는 정황근 장관의 말은 카타르 정부 관료 가슴에 벅찬 희망감을 주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참가 결정을 다소 늦게 내리자 카타르 정부는 속으론 발을 동동 굴렀던 것 같다. 카타르측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조성해줘서 고맙다. 역시 한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다"라고 우리를 치켜세웠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돈이 많기에 식량을 사올 수는 있지만, 이웃과 문제가 생기면 농산물 수입이 어렵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한 카타르에게 식량 자급률 증대는 가스나 석유보다 더 중요한 국가 제일의 과제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이라 푸른 식물을 볼 수 없는 중동에서 스마트팜으로 사철 푸른 채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눈이 호강한다. 그런데 그러한 기술을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으며 배를 쫄쫄 굶던 저 먼 동쪽의 한국에서 전수한다니 신뢰감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점심 시간에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우던 세대가 있는 나라의 농식품부와 스마트팜 기업이 카타르에서 녹색 사막을 일구는 주역이 된다는 이야기는 현대판 신데렐라 동화와 같다. 한국미의 압권은 자연스러움이다. 인공미보다 자연미를 더 중시하고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는 우리 문화를 닮아 스마트팜 역시 자연스럽게 카타르 사람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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