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공포'에 공매도 금지까지, 제약바이오 시간 돌아오나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3.11.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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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쪽방상담소에 빈대 주의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쪽방상담소에 빈대 주의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빈대 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때아닌 빈대 공포를 앓고 있다. 최근 빈대 발생이 급증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다수 유입되고, 내국인 해외여행도 늘어나면서 외국 빈대 '베드버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종근당의 대규모 기술이전, 셀트리온 그룹주의 분기 최대 실적, 유럽 최대 암 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의 임상 결과 발표 등이 이어지고 있다. 호재 가득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공매도 위협까지 사라지면서 제약바이오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 시장에서 소외돼왔던 제약바이오주가 다시 주도주로 재림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진다.



7일 오전 11시25분 경남제약 (1,194원 ▼6 -0.50%)은 418원(25.23%) 뛴 2075원을 나타내고 있다. 동성제약 (5,170원 ▼70 -1.34%)은 전일대비 480원(7.24%) 뛴 7110원을 기록 중이다. 경남제약과 동성제약은 각각 빈대 퇴치제 '모스펜스'와 '비오킬'을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해외여행 필수품목으로 꼽힐 정도로 빈대 박멸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중에서도 최근 5년째 적자로 주가가 내리 하락했던 경남제약 반등 폭이 더 크다.

이날 약 2조원 규모 기술이전 소식이 전해진 종근당 (101,100원 ▲500 +0.50%)도 전일대비 3400원(2.66%) 상승해 13만14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장 초반에는 9% 넘게 뛰어 13만98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종근당은 스위스 노바틱스에 NHA HDAC6 저해제 기전의 저분자 화합물 'CKD-510'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3억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이다. 'CKD-510'은 희귀난치성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병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던 신약후보 물질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와 2조원 가까운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은 R&D 경쟁력을 입증받았다는 증거"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다.

한때 바이오주 랠리를 이끌었던 셀트리온 (176,600원 ▼800 -0.45%)은 이날 역대 최고 3분기 실적에 1% 미만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3분기 매출액 6723억원, 영업이익 26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25.2%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분기 최고치다.

난소암 면역항암제 '오라고모밥'의 판권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카나리아바이오 (994원 ▲78 +8.52%)는 6%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고,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8% 성장한 휴온스 (34,350원 ▲100 +0.29%)는 4%대 상승 중이다. 이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Congress 2023)에서 우호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한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 유한양행 (71,000원 ▼500 -0.70%) 등도 최근 주가가 선방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별 호재에 더해 공매도 금지조치까지 내려지면서 제약바이오주가 과거 주도주 지위를 되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지난 6일부터 내년 6월까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직전 공매도 금지 기간인 2020년 코로나19 시기(2020년3월16~2021년5월2일)에는 셀트리온을 위시한 제약바이오주가 크게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셀트리온은 2020년 주가가 102% 뛰어 37만원(수정주가 기준)을 넘어서기도 했다. 제약업종지수도 같은 해 84%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제약바이오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2차 전지가 포함된 산업재 업종 다음으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라며 "구성 종목들의 대다수가 바이오텍으로 신약 개발 기업 특성상 실적에 따른 밸류에이션 보다는 수급에 민감한 만큼, 단순 수급 이슈로 공매도가 증가해 주가가 부진했던 기업들 주가에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종근당을 비롯해 기술이전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이 성공적인 임상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점에 업종 투자심리가 악화됐지만 최근 종근당에, 비상장사 오름테라퓨틱스의 1억8000만달러 규모 기술이전, 공매도 전면금지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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