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금을 왜 중국 전기차에 퍼주나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3.11.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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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서울시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중국 BYD의 전기버스. 이 차량은 저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에 비해 저렴한데다 수천만원의 국고보조금까지 받아 더 싸게 살 수 있어 한국 전기버스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서울시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중국 BYD의 전기버스. 이 차량은 저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에 비해 저렴한데다 수천만원의 국고보조금까지 받아 더 싸게 살 수 있어 한국 전기버스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


우리 국민의 세금이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환경부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부처합동으로 '2023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내놨지만 3분기가 지난 지금 그 효과는 기대에 못미친다.

전기차 보조금(약 2조원) 개편안을 만들 때 정책 목표는 두가지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는 탄소중립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전기차 수요를 늘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 과정에서 국산 배터리 및 전기차 구매가 늘고 국내 전기차 기술력이 제고되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바람대로 국내 전기차 사용은 늘었지만, 국산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XX이 벌어간다'는 속담이 연상되는 현실이다.



정부는 삼원계 배터리인 우리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삼원계)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 주행거리가 짧은 LFP의 단점을 감안해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긴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내놨다. 이럴 경우 중국 CATL 등이 생산하는 에너지밀도가 낮은 리듐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보조금이 덜 지급되고 구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 듯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보도된 대로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비중이 2019년 23.9%에서 올해(9월까지 누적) 44.6%로 20.7% 포인트나 올랐다. 월기준으로는 이미 중국산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 전기버스(일렉시티 4PACK V1)에 70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될 때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BYD eBus9)에는 56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약 1340만원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운송 사업자들은 버스 가격이 5000만~1억 가량 저렴한 중국산을 채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승용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차량 가격기준으로 5500만원까지 100%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던 것을 환경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올해 5700만원까지 확대했다. 이 시장을 공략한 것이 한국산 배터리를 빼고,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Y다.

그 이전까지 테슬라가 국내에 팔던 모델Y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삼원계배터리(NCM: 니켈 코발트 망간)가 탑재됐었다. 차량 가격은 8000만원대였다.


8000만원대의 모델Y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대신 CATL의 저가 LFP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차량가격을 5699만원으로 낮춰 보조금 100%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지난 9월에만 4206대의 모델Y를 국내에서 판매해 8월보다 10배 성장했다. 저가 전기차(8500만원 미만)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다보니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한 차량에 전기차 국고 보조금이 대규모로 들어갔다.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승용차(아이오닉5 AWD 스탠다드)에 733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될 때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 Y에는 514만원이 지급돼 보조금 혜택이 219만원 줄었지만, 소비자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했을 때보다 2000만원 가량 싸다는 이유로 앞다퉈 구매했다.

문제는 LFP 시장이 확대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332,000원 ▲1,000 +0.30%)·SK온·삼성SDI (377,000원 ▲2,500 +0.67%)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앞다퉈 LFP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밀도나 주행거리를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하는 것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는 자동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형태로 자국 배터리 산업보호에 나섰다. 당시 중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지어놓고도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해 중국 사업을 사실상 접었던 국내 업체들을 감안하면 우리 정책은 너무 '신사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자국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과 북미산 생산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통해 '불공정 무역'이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자국 산업보호에 나서고 있다. 유럽도 중국산 배터리나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조사에 나서 상계관세 부과 등을 검토하는 등 유럽연합 내 전기차 산업보호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는 수출주력 산업의 특성상 세계무역기구(WTO)의 공정한 시장질서에 발맞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데 너무 순진한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금 세계는 경제 전쟁 중이다. 전쟁에도 도덕적 룰이 있다고 하지만 국제질서는 슬프게도 강한 자의 편이다. 하찮은 인정은 화를 자초할 뿐이다.

우리도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우리 산업을 지키는 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의 IRA법과 같은 강수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살아 남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내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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