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랜드마크 국제공항,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다

머니투데이 타오위안(대만)=배규민 기자 2023.11.0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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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강국 코리아, 해외로 뛴다]①삼성물산, 타오위안 공항 프로젝트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와 기업이 '원팀 코리아'로 힘을 합쳐 해외 인프라 개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이라크의 비스마야 신도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해외건설 먹거리. 이제 대한민국의 'K-건설'이 선점합니다.

대만 국제공항인 타오위안 3터미널 공사 전경. 기존 1·2터미널을 합친 것보다 큰 연면적 58만㎡로 대만 공공 발주 프로젝트 최대 규모다. 한 나라의 관문이자 얼굴인 공항이 한국인의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배규민 기자 대만 국제공항인 타오위안 3터미널 공사 전경. 기존 1·2터미널을 합친 것보다 큰 연면적 58만㎡로 대만 공공 발주 프로젝트 최대 규모다. 한 나라의 관문이자 얼굴인 공항이 한국인의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배규민 기자


#휘이잉~ 탕탕탕. 휘이잉~ 탕탕탕

지난달 26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3터미널 공사 현장. 비행기의 이착륙 소리와 골조 공사 소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서쪽으로 약 60㎞ 거리에 있는 대만 제1의 국제공항인 타오위안 공항. 터미널 1·2 인근에 터미널 3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면 3터미널 공사 현장이 한 눈에 더 잘 보인다.

삼성물산 (150,000원 ▲1,600 +1.08%)은 2021년 3월 대만 현지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타오위안 3여객 터미널과 탑승동 공사를 따냈다. 연면적 58만㎡로 인천공항 제1터미널의 115%, 축구장의 70배다. 대만에서 가장 높은 타이베이 101빌딩 3개를 수평으로 배치한 것보다 크고 1·2터미널을 합친 것보다 넓다. 연간 4500만명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공사가 완료되면 타오위안 공항의 연간 수용 인력은 8200만명으로 종전보다 123% 늘어난다.



대만 랜드마크 국제공항,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다
대만은 타오위안 공항 관련 전체 24개의 패키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중 10개 패키지에 대한 발주를 완료했다. 10개 패키지 발주액만 한화로 3조4000억원으로 대만 공공 발주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10개 패키지 중에서도 삼성물산이 맡은 공사 규모가 약 절반을 차지한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따낸 전체 공사 금액은 1조8000억원, 삼성물산의 지분은 1조2600억원(70%)이다.

지난달 26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골조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달 8일 기준 공정률은 약 24%다. 한국 직원이 40명, 현장 근로자만 2000여명, 파트너사와 현지 직원 인력을 합하면 소속 근무 인력만 약 2400명에 달한다. 협력사만 200여개 기업으로 하루에 6000여명의 인력이 현장을 오간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도 건설 현장 인력난이 심각하다. 근로자의 70%는 태국, 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다.



문화·인력·언어 장벽…"안 되는 것도 되게 한다" 기술·노하우로 승부
이번 프로젝트는 대규모 지붕 철골 트러스(3각형으로 연결된 골조구조)와 일정한 형식이 아닌 비정형 천장 등 고난이도 건축 공사로 손꼽힌다. 사진은 대형 지붕을 얹기 위해 필요한 기둥인 메가컬럼이 지어지는 모습(왼쪽·오른쪽 기둥)과 레일 위에 크레인이 설치된 모습. 멀리 국적기인 대한항공 비행기가 보인다./사진=배규민 기자  이번 프로젝트는 대규모 지붕 철골 트러스(3각형으로 연결된 골조구조)와 일정한 형식이 아닌 비정형 천장 등 고난이도 건축 공사로 손꼽힌다. 사진은 대형 지붕을 얹기 위해 필요한 기둥인 메가컬럼이 지어지는 모습(왼쪽·오른쪽 기둥)과 레일 위에 크레인이 설치된 모습. 멀리 국적기인 대한항공 비행기가 보인다./사진=배규민 기자
특히 숙련된 엔지니어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번 공항 공사는 8만~9만톤의 철골(롯데타워의 2배)이 들어갈 정도로 고난도 용접 등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건축 현장 최초로 '자동용접 기술'을 도입했다. 사람이 조금만 보조하면 기기가 자동으로 곡선의 용접을 능숙하게 진행했다. 특히 철탑 사이의 간격이 긴 지붕을 얹기 위해 높이 19m·200톤의 기둥(메가컬럼) 총 16개가 세워지는 데 이 공사에 자동용접 기술을 적용한다. 정교한 공사가 가능하고 시간도 단축돼 생산성이 160%가량 향상됐다는 게 현장에서 만난 담당자의 설명이다.

RPS공법도 대만에서는 보기 힘든 삼성물산만의 차별화된 공법이다. 반도체 공장의 대규모 (기둥과 벽이 없는)장스판 구간에 적용하는 공법인데 보에 레일을 올리고, 레일을 이용해 물건을 나르고 크레인을 설치한다. 가설 구조물을 많이 설치할 필요가 없어 공기를 단축 시킬 수 있다.

오는 12월에는 삼성물산 최초로 '철근 자동가공' 설비를 대만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롤 형태로 감겨 있는 철근을 필요에 따라 현장에서 재단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손실이 없고 무엇보다 현장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인력난에 더해 대만 현장에서 어려운 점은 언어와 문화다. 대만은 다른 동남아와 달리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렵다. 또 수기 문서 작성과 도장 문화를 가진 대만과 전자결재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의 차이도 크다. 간단한 서류 제출부터 중요한 협상회의까지 작은 오해가 공사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물산은 발주처, 협력사 등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현지 직원이 끌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올 1월부터 도입한 태스크리더 제도도 마찬가지다. 현지 직원에게 태스크리더라는 직책을 부여하고 미팅에도 참여시켜 책임과 함께 권한을 부여한다.

대만 랜드마크 국제공항,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다
공항 공사는 토목, 건축, 플랜트가 접목된 종합 예술이다. 특히 공정이 복잡하고 보안 등 공항의 특수성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다른 현장 보다 많다. 협력사뿐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 관계자와의 조율까지 무리 없이 해내면서 공정 기간을 지키는 게 관건이다. 삼성물산은 설계변경 등으로 인해 발주처로부터 공기 연장 받은 것을 포함해 현재 계획에 맞게 진행 중이다.

이는 42년 전부터 굵직한 공항 건설공사를 성공적으로 준공한 노하우가 녹아든 결과물이다. 삼성물산은 1981년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 확장 공사를 시작으로 1985년에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킹 파드 국제공항 공사를 수행했다. 이후 인천공항 제1터미널, 몽골 울란바토르 신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 공항 활주로 확장공사 등을 맡았다. 방글라데시, 대만 공항 공사를 포함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공사한 공항의 연간 수용 인원은 1억만명이 넘는다. 현재는 필리핀,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추가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만 최초 '안전 체험관' 설치…본사 인력 10% 안전담당
공사 사무실 1층에 설치된 공사 현장 모니터와 타오위안 국제공항 3터미널 완성 모형/사진=배규민 기자 공사 사무실 1층에 설치된 공사 현장 모니터와 타오위안 국제공항 3터미널 완성 모형/사진=배규민 기자
기자가 현장 사무실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층에 CCTV 모니터였다. 주요 공사 현장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최고의 가치를 위한 소통과 협력'(Communication and Collaboration for the Top Value)이라는 문구도 인상적이었다.

현장 책임자의 사무실에도 공사 현장 모니터들이 설치돼 있는데 공사의 품질과 함께 '안전'을 챙기기 위해서다. 삼성물산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안전 문제에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다. 현지 파견된 삼성물산 직원 40명 중 4명(10%)이 안전 관련 담당자다. 삼성물산 공항 현장은 대만 최초로 안전 체험관이 설치돼 있다. 백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직접 느껴보라는 취지다.

체험관을 찾았을 때 마침 대만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안전 체험관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했다. 실제로 해보니 안전모, 안전화, 안전고리 등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직관적인 체험이 가능했다. 추락 경험과 가상현실(VR)은 실제처럼 아찔했다.

안전 교육도 철저히 하고 있다. 대만도 법상으로 안전 규정이 까다롭지만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물산은 안전모에 스티커를 붙여 매달 안전교육 등을 이수했는지 한눈에 파악하고 근로자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 중단을 요청했을 때 포상하는 등 한국 못지않게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공사 현장 인근에 설치된 안전 체험관. 대만에서는 처음 설치된 것으로 대만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경험할 정도로 현지에서는 화제가 됐다. 기자도 몇 가지를 체험했는데 생각보다 아찔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 갖게 됐다. 사진은 추락을 경험하기 전 안전고리를 하는 모습공사 현장 인근에 설치된 안전 체험관. 대만에서는 처음 설치된 것으로 대만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경험할 정도로 현지에서는 화제가 됐다. 기자도 몇 가지를 체험했는데 생각보다 아찔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 갖게 됐다. 사진은 추락을 경험하기 전 안전고리를 하는 모습
성장하는 대만에서 제2의 역사를 쓴다
모듈화 공법을 통한 타오위안 3터미널 대규모 천장 시공을 공사 현장에서 재연한 모습, 수주 당시 발주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배규민 기자 모듈화 공법을 통한 타오위안 3터미널 대규모 천장 시공을 공사 현장에서 재연한 모습, 수주 당시 발주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배규민 기자
대만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건설 호황기 때 한국 건설사가 진출해 활발히 공사를 진행했으나 발주가 점점 줄어들면서 2005년 후에는 수주 소식이 뜸했다. 삼성물산은 1992년에 대만 지점을 설립하고 1996년 플랜트 공사를 시작하면서 대만에 첫 진출 했다. 발주가 사라지면서 2015년에 결국 지점 철수를 결정했다. 2021년 타오위안 대규모 공항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수주하면서 6년 만에 재진출했다.

대만 건설시장은 중국회사의 진출이 불가하기 때문에 대만 현지 건설사와 현지화 된 일본 건설사 위주다.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국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일본 미쓰비시 상사의 요청으로 2020년에 대만 다탄 복합화력발전소 증설공사를 수주해 수행 중이다.

대만 랜드마크 국제공항,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다
삼성물산은 올해 6월에는 대만 재진출 후 두 번째 수주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시에 지상 48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과 23층 호텔, 쇼핑몰, 아쿠아리움 등 연면적 55만7000㎡에 달하는 초대형복합개발사업이다. 공사비만 총 1조원에 달하며 이중 삼성물산의 지분은 약 7500억원이다.

대만은 최근 국제공항 확장과 지하철 건설 등 인프라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타이베이와 가오슝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사업 역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대만 건설시장 규모는 2022년 675억3000만 달러에서 2027년에는 866억1000만 달러로 28.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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