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경기에 웬 낙하산? 공중난입 사내에 난장판 된 '세기의 대결'[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3.11.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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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 복싱 헤비급 통합 타이틀전이 낙하산을 타고 링에 난입한 사내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다. 사내는 링 한 가운데로 착지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약간의 오차로 링 로프 위로 떨어져 허우적댄다.



'총알 탄 사나이'류의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실제 벌어진 일이다.

1993년 11월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에반더 홀리필드 대 리딕 보위 WBA, IBF 세계 해비급 통합 복싱 타이틀매치(12R) 현장이다. 1만5000명 관중에 둘러싸인 야외 링은 열기로 가득 찼다.



1년 전 보위에게 패한 뒤 절치부심 칼을 갈아오던 홀리필드였지만 31세 노장이 26세 떠오르는 별(보위)을 상대하기는 벅차 보였다. 3라운드까지 홀리필드는 보위의 잽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4라운드가 되자 홀리필드의 노련한 라이트 훅이 몇 차례 먹히면서 홀리필드가 모처럼 기세를 잡는 데 성공했다. 두 선수 사이 다운은 한 번도 없었다.

복싱 역사에 길이 남을 기괴한 사건은 3라운드가 더 지난 7라운드에서 벌어졌다. 종료 1분50초정도를 앞두고 홀리필드가 갑자기 보위 등 뒤를 응시하며 뒷걸음질 쳤다. 어리둥절한 보위가 고개를 뒤로 돌렸을 때 한 남자가 낙하산을 타고 링 로프 위에 떨어진 장면을 목격했다. 링 가운데로 들어오려다 실패한 티가 역력했다.

정체불명의 이 남자 이름은 제임스 밀러. 밀러 때문에 경기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시합이 중단됐다. 성난 일부 관중들은 밀러를 두들겨 팼다.


하필 밀러가 떨어진 그 자리에는 임신 3개월째인 보위 아내 주디가 남편 경기를 보고 있었다. 밀러가 낙하산줄과 링 로프에 얽히고설킨 틈에 주디 역시 낙하산 줄에 휘말렸다. 주디는 잠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다.

이 남자는 뭔가에 항의하기 위해 이 쇼를 기획했다고 당국 조사에서 밝혔다. 그러나 항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경기가 재개되기까지 21분이 걸렸다.

이 소동의 덕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보위에게 악영향을 끼친 것만큼은 분명했다. 임신 중인 아내가 충격을 받고 보위의 82세 노장 코치 에디 푸치는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갔다. 시합이 끝나자마자 푸치는 산소 호흡기를 끼고 병원에 실려 갔다.

보위가 승리하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12라운드를 마치고 판정까지 간 시합에서 홀리필드는 심판 3명 중 2명으로부터 더 보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보위를 이겼다.

시합이 끝나고 보위는 말했다. "낙하산맨이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난 이미 운이 다했다. 난 이제 아내와 병원에 함께 있어야 한다. 홀리필드에게 축하한다고 전해달라"

훗날 이 경기는 '펀 맨 파이트(Fun Man Fight)'로 불렸다.

밀러는 이 때 낙하산 침투 재미를 봤는지 영국 버킹엄 궁전에 낙하산을 타고 들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되는 등 계속해서 말썽을 일으켰다.
복싱경기에 웬 낙하산? 공중난입 사내에 난장판 된 '세기의 대결'[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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