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놓이자…의결권 모아 3개월만에 2대주주에 오른 소액주주 연대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지난 6월13일 주주연대를 발족하고 꾸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주총에서 기존 경영진을 모두 해임하고 지분매각을 요구해 경영을 정상화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580여명의 주주들이 모였고, 지난 9월 주총 전까지 13.05%의 지분을 모아 회사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사회 진입은 실패했으나 주주연대의 힘이 떨어진 건 아니다. 일단 대유의 2대주주에 오르면서 조광ILI와의 지분율 차이를 꽤 좁힌 상태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인 액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대유 주주연대의 보유 지분은 15.45%로 주총 전보다 2.4%포인트 늘었다. 6.7% 의결권만 더 모으면 조광ILI의 지분율(22.1%)을 넘어선다.
주주연대가 경영권 분쟁 당사자로 서면서 대유와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에도 변동 가능성이 생겼다. 김 전 대표는 2020년 밸브사업체 조광ILI (732원 ▼14 -1.88%),특수비료업체 대유 (2,300원 ▼35 -1.50%), 모바일기기용 테이프 업체 앤디포스 (4,170원 ▲15 +0.36%) 등을 차례대로 사들였다. 김 전 대표(28.3%)→조광ILI(22.1%)→대유(22.47%)→앤디포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포함)가 형성돼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대유, 재무개선 위해 자회사 앤디포스 매각하나
주주앤대가 대유 정상화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는 대유가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앤디포스 지분이다. 앤디포스는 모바일 기기용 양면 테이프 및 윈도우 필름 생산업체다. 다른 부품, 모듈 업체를 통해 휴대폰 생산업체로 납품되는데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종 수요처다. 올해 상반기 말 자산총계 1589억원, 자본총계 1372억원이다. 지난해 896억원 매출(연결기준)에 1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앤디포스의 시가총액은 850억원 가량인데 기술력과 업력을 반영한 기업가치가 낮지 않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판단이다.
관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폐지 대상에서 벗어난 앤디포스 지분을 매각해 회사에 현금이 유입되면 대유 뿐 아니라 조광ILI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신규자금 투자를 해 줄 주주가 영입되면 '김 전 대표→조광ILI→대유→앤디포스'의 순환고리가 끊어진다. 대유와 조광ILI도 새 주인 찾기가 수월해져 상장폐지를 방어하는 데 보탬이 된다.
이와 관련해 대유 관계자는 "주주연대 측에서 앤디포스 경영권 매각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유의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받은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3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속개)하기로 했다. 상장폐지를 의결하거나 개선기간을 부여해 생존 기회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