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위기 대유사태, 앤디포스 경영권 이슈로 확산되나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3.1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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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뭉치는 개미들 ④]상폐위기 대유 3개월 만에 2대주주 오른 소액주주들

편집자주 오너와 경영진들의 범법행위로 상장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을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인수하려는 시도가 잇따른다. 예전에는 의결권 취합이 어려워 개미의 표가 모래알에 그쳤지만 전자투표 도입과 의결권 위임 플랫폼이 등장해 힘을 결집하기 쉬워졌다. 개미들의 표가 모이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넘보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행동주의 개미의 등장은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도 폭풍의 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대표의 배임 혐의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 코스닥 업체 대유의 소액주주들이 결집, 의결권을 모아 3개월만에 2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들이 구성한 소액주주연대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을 비롯한 경영진 구성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한편, 회사와 별개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행동에 직접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를 추월하는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의결권 취합도 계속 진행중이다.

상폐 위기 놓이자…의결권 모아 3개월만에 2대주주에 오른 소액주주 연대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9월26일 대유 (2,300원 ▼35 -1.50%)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변경했다. 배임혐의로 회사를 상장폐지 위기로 내몬 김우동, 김철한 전 대표이사의 사임에 따른 이사진 재구성을 위한 것이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4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서 수사를 받다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대유주가는 폭락했고,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4월26일)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고, 지난 8월1일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8월29일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아 든 대유는 9월19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지난 6월13일 주주연대를 발족하고 꾸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주총에서 기존 경영진을 모두 해임하고 지분매각을 요구해 경영을 정상화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580여명의 주주들이 모였고, 지난 9월 주총 전까지 13.05%의 지분을 모아 회사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주총에선 회사가 내세운 이사진이 선임됐고 주주연대가 추천한 이사후보들은 모두 선임되지 못했다. 주주연대는 회사측 후보들이 상폐 사태에 책임이 있거나, 기존 임원진들이 선택한 후보라고 주장했으나 의결권 차이를 넘어서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정치훈 대유 상무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고, 그를 포함한 5명의 이사가 선임돼 새 이사회를 구성했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코스닥협회로부터 후보자 추천을 받아 내부 검토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사회 진입은 실패했으나 주주연대의 힘이 떨어진 건 아니다. 일단 대유의 2대주주에 오르면서 조광ILI와의 지분율 차이를 꽤 좁힌 상태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인 액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대유 주주연대의 보유 지분은 15.45%로 주총 전보다 2.4%포인트 늘었다. 6.7% 의결권만 더 모으면 조광ILI의 지분율(22.1%)을 넘어선다.

주주연대가 경영권 분쟁 당사자로 서면서 대유와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에도 변동 가능성이 생겼다. 김 전 대표는 2020년 밸브사업체 조광ILI (732원 ▼14 -1.88%),특수비료업체 대유 (2,300원 ▼35 -1.50%), 모바일기기용 테이프 업체 앤디포스 (4,170원 ▲15 +0.36%) 등을 차례대로 사들였다. 김 전 대표(28.3%)→조광ILI(22.1%)→대유(22.47%)→앤디포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포함)가 형성돼 있다.


대유, 재무개선 위해 자회사 앤디포스 매각하나

상폐위기 대유사태, 앤디포스 경영권 이슈로 확산되나
주주연대가 대유의 경영권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2대주주의 지위도 상당한 힘이 있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압박이 회사에 가해지는 상황이다. 이들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대유의 정상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재무구조 개선과 자금확보를 위한 자산매각과 자금수혈을 해줄 신규주주 영입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주주앤대가 대유 정상화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는 대유가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앤디포스 지분이다. 앤디포스는 모바일 기기용 양면 테이프 및 윈도우 필름 생산업체다. 다른 부품, 모듈 업체를 통해 휴대폰 생산업체로 납품되는데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종 수요처다. 올해 상반기 말 자산총계 1589억원, 자본총계 1372억원이다. 지난해 896억원 매출(연결기준)에 1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앤디포스의 시가총액은 850억원 가량인데 기술력과 업력을 반영한 기업가치가 낮지 않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판단이다.

관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폐지 대상에서 벗어난 앤디포스 지분을 매각해 회사에 현금이 유입되면 대유 뿐 아니라 조광ILI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신규자금 투자를 해 줄 주주가 영입되면 '김 전 대표→조광ILI→대유→앤디포스'의 순환고리가 끊어진다. 대유와 조광ILI도 새 주인 찾기가 수월해져 상장폐지를 방어하는 데 보탬이 된다.

이와 관련해 대유 관계자는 "주주연대 측에서 앤디포스 경영권 매각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유의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받은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3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속개)하기로 했다. 상장폐지를 의결하거나 개선기간을 부여해 생존 기회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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