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 포기?…하원서 '이스라엘만 지원' 예산안 통과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3.11.03 16:19
글자크기

'민주당 우위' 상원 통과 가능성 작아…바이든도 거부권 행사할 듯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AFPBBNews=뉴스1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AFPBBNews=뉴스1


미국 하원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대해서만 군사적 지원을 담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배제한 예산안에 백악관과 민주당은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에 대한 단독 지원 예산안이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더힐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143억달러(약 19조원)의 규모의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 예산안을 찬성 226표, 반대 196표로 가결했다. 현재 하원 내 공화당 의석은 221석으로, 민주당(212석)보다 많다. 이번 예산안은 공화당 강경파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주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미 연방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당적에 따라 표가 크게 갈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12명을 제외하고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의 반대가 컸던 이유는 이 법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성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집행에 필요한 국세청(IRS) 예산을 축소해서다. IRS에 배당된 예산 143억달러를 삭감해 이 돈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출한 특별예산안 처리에 협력할 것을 공화당에 촉구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원 143억달러에 더해 우크라이나 614억달러,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대만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 및 파트너 지원 등을 패키지로 묶어 1050억달러(약 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번 예산안이 최종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법안은 이제 상원으로 넘어가는데, 상원은 민주당이 친민주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쳐 전체 100석 중 51석을 차지한다.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이 법안을 두고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하원이 통과시킨 이 제안을 상원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초당적 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번 예산안 통과가 "현재의 긴급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서 긴급 자금을 다른 곳의 예산 삭감으로 마련해야 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스라엘과 중동, 미국 모두에 좋을 게 없는 법안"이라고 했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미국 여야의 정쟁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미 의회는 오는 17일을 2024년도 예산안(2023년 10월~2024년 9월) 처리 기한으로 정하고 이때까지 정부에 임시로 재정을 대기로 합의했다. 45일간의 협상 기간이 주어졌으나, 지난달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사태 후 존슨 의장 선출까지 3주 이상 시간을 허비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발생하면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급여 지급이 중단되며 일부 업무도 마비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