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받고…"그릇 찾으러 왔어요" 경찰 센스로 여고생 구했다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2023.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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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근 서울 동대문경찰서 상황1팀장(60)은 1989년에 경찰 마크를 단 뒤  서울경찰청, 남대문경찰서, 동대문경찰서 상황실 등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사진=최지은 기자 이태근 서울 동대문경찰서 상황1팀장(60)은 1989년에 경찰 마크를 단 뒤 서울경찰청, 남대문경찰서, 동대문경찰서 상황실 등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사진=최지은 기자


"답십리지구대 순찰차 12호는 13호차를 도와 화재 사건 처리 지원 바랍니다."

사무실 전면에 부착된 모니터에 신고가 들어온 장소의 위치가 찍혔다. 무전기를 든 경찰관이 실시간으로 현장 경찰관에게 지령을 내렸다. 2일 서울 동대문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상황실)의 모습이다.

1957년 7월 범죄 신고 전화에 112라는 번호를 처음 부여한 이래 경찰청은 매년 11월2일을 '112 범죄 신고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경찰서 내 상황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운영된다. 지난해 동대문경찰서에 들어온 112 신고는 9만8877건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들어온 신고는 8만4111건으로 하루 평균 271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태근 동대문경찰서 상황1팀장(60)은 상황실을 "순간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곳"이라 설명했다. 시도경찰청에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경찰서 상황실로 신고가 전파된다. 각 경찰서 내 상황실은 무전을 통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순찰차를 찾아 신속하게 사건 현장으로 보낸다.

경찰은 신고를 코드0에서 코드4까지 분류하는데 숫자가 낮아질수록 더 긴급한 신고다. 사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동대문경찰서의 출동 시간은 서울경찰청 소속 31곳의 경찰서 중 4번째로 빠르다. 코드0과 코드1 단계 신고의 경우 현장 도착까지 평균 3분30초가 걸린다. 상황실의 신속한 지령과 현장 경찰관들의 빠른 대응 덕분이다.



이 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신고로 2021년 7월 있었던 여고생 실종 사건을 꼽았다. 당시 여고생 A양의 어머니는 밤 10시쯤 112를 통해 "딸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했다. 설상가상으로 A양의 휴대폰도 꺼진 상황이라 위치 추적이 불가했다.

이튿날 오전 5시쯤 A양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A양은 피팅모델로 일하기 위해 면접에 갔다 만난 남성에게 납치당해 감금돼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실에서는 곧바로 A양 휴대폰 위치추적에 나섰다. 인근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내고 형사팀에도 출동 요청을 했다.

하지만 GPS 위치가 확인됐다고 한들 A양이 갇혀 있는 곳의 정확한 층수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순경이 자장면 배달원이 그릇을 수거하는 모습을 포착, "그릇을 수거하기 위해 왔다"며 집마다 문을 두드려 A양을 발견했다. 상황실과 현장 경찰, 형사들의 기지와 빠른 대처 덕에 A양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급박한 신고도 있지만 허위 신고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한 50대 남성이 "미국인이 실탄을 장전하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는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지난해 기준 동대문경찰서에 접수된 허위신고는 28건이었는데 올해는 50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이 팀장은 "허위 신고라 할지라도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력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989년에 경찰 마크를 단 이 팀장은 서울경찰청, 남대문경찰서, 동대문경찰서 상황실 등에서 근무했다. 상황실 근무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이 팀장은 112 신고를 할 때 "제일 먼저 위치를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소를 말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주소를 모를 때는 주변에 보이는 큰 건물 이름을 알려야 한다.

지난해부터는 '보이는 112' 시스템으로 신고자에게 인터넷 링크를 보내 신고자의 휴대폰으로 현장 영상을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문자를 통해 경찰관과 즉각적인 연락도 가능하다. 또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피의자를 역추적해 검거하기도 한다. GPS뿐 아니라 와이파이를 통해서도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여러 시스템과 장비가 도입되면서 상황실에서 더 자세한 지령이 가능해졌다"며 "경찰 대부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서 내 상황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운영된다. 1957년 7월 범죄 신고 전화에 112라는 번호를 처음 부여했고 경찰청은 매년 11월2일을 '112 범죄 신고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상황실에 '신속출동 현장검거'라는 문구가 붙어있다./사진=최지은 기자 경찰서 내 상황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운영된다. 1957년 7월 범죄 신고 전화에 112라는 번호를 처음 부여했고 경찰청은 매년 11월2일을 '112 범죄 신고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상황실에 '신속출동 현장검거'라는 문구가 붙어있다./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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