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고비 넘었다…화물사업 인수자 찾기 '과제', 다음은 美·日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3.11.0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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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고비 넘었다…화물사업 인수자 찾기 '과제', 다음은 美·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한고비를 넘겼다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EU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으려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도 남았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골자로 하는 시정 조치안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여부를 심사하는 EU 경쟁당국에 제출했다. 내년 1월 말 심사 승인을 받는게 목표다.

EU의 최종 승인에 앞서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회사는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및 화물전문 에어인천 등이다. 이들 회사는 여객기가 10대 미만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애초 입찰 단계에 참여하지 않았고, 티웨이항공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인수전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에어프레미아는 화물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 최근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뉴욕과 프랑크푸르트 등 장거리 여객 노선 확대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선 만큼, 화물만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도 힘들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추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어인천의 경우 매출, 자산 등 여러 면에서 규모가 가장 작다는 단점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규모가 작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체 보유 화물기 8대, 리스해서 운용하는 화물기 3대로 총 11대의 화물기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이탈리아·러시아 등 전세계 12국 25개 도시에 21개 노선을 운항한다. 미국에선 LA·뉴욕·애틀랜타·댈러스·시카고 등 5개 지점을 두고 있고, 유럽에선 프랑크푸르트·비엔나·브뤼셀·모스크바·밀라노 5개 지점을, 아시아에는 상하이·광저우·톈진·도쿄·홍콩·하노이 등 6개 지점이 있다.

거대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규모가 더 작은 LCC가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EU 경쟁당국에 인수한 회사가 화물 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EU 경쟁당국이 화물사업부 인수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경우 최종 승인까지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LCC사업자 중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만한 업체가 없어 외항사로의 인수를 타진해야 하는 상황에는 국부 유출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쌓아온 입지가 탄탄하긴 하지만 매각된 후에도 LCC가 이같은 평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어 "이때문에 매각 후 오히려 대한항공이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반사 이익을 취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EU에 이 부분도 설득해야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미국 법무부(DOJ), 일본 정부의 승인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EU가 승인하면 미국과 일본에서도 심사 절차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항공사 간 합병은 필수승인국가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성사될 수 없다. 미국은 반도체 등 전략자원을 운송하는 항공화물 사업이 독과점이 될 경우 안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본은 어떤 요구서를 내밀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DOJ와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겠다"며 "일본 경쟁당국과도 시정조치안 협의를 완료하는대로 정식신고서를 제출해 내년 초 심사 종결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적으로도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전임 사장단과 노조 등은 화물 부문은 핵심적인 사업영역이라며 공개적으로 매각을 반대해왔다. 특히 노조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은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라는 당근을 내밀고 있으나 협상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용승계·유지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한편, 원활한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후 시너지는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미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을 따내기 위해 슬롯과 운수권 상당 부분을 내놨다. 영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LCC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고,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유럽의 경우 4개 노선(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로마·파리)에 대한 슬롯을 국내 LCC에 넘길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여러 노선을 내주면서 두 회사가 껍데기만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며 "이에 대한 고민 없이 무리한 합병만 추진하다가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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