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건설사들이 잇달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주택 부문 매출액은 그런대로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대부분 줄었다. 주택건축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영향이다.
치열한 수주전에서 이겨 건물을 지었는데 '본전'도 못챙기는 사례도 있다. 경기 성남시에 'KT 판교 신사옥'을 지은 쌍용건설은, 건물을 다 짓고 손해를 보게 됐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7월부터 KT에 물가 인상분을 반영해 공사비 171억원을 증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 변동 배제 특약'(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 동대문구 신답극동 리모델링, 부산 남구 우암1구역 재개발 등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1.26이다. 3년 전(118.10)에 비해 약 28% 올랐다.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옛말. 건설사들은 몸을 사린다. 수주전이 치열한 곳은 최상위 입지에 수익성이 확실한 곳 뿐. 지금 수주에 성공해도 공사비 상승이 계속된다면, 결국 '승자의 저주'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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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사업이 돈이 안되는 건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분담금이 크게 늘면서 '로또'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오랜 시간 재산이 묶이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예보도 아직 '흐림'이다. 고금리는 장기화될 분위기고, 한 번 오른 자잿값과 인건비가 내릴 가능성도 적다. 건설사들은 '주특기'를 해외건설이나 비주택부문(토목, 플랜트) 등으로 옮기려 한다. 집짓기 어려워지는 분위기. 어떤 나비효과가 일어날까.
김평화 건설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