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항 '반이스라엘' 시위에…푸틴 "우크라·서방이 배후"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3.10.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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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러시아에 착륙한 여객기가 반(反)이스라엘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 러시아 정부는 이 시위의 배후로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지목했다. 인구 대다수가 무슬림인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사람들을 자극해 러시아를 분열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위원들과 정부 및 법 집행 기관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지난밤 (다게스탄) 마하치칼라 공항에서 발생한 사건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 특수 정보 요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선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국적·다종교인 러시아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거짓과 도발, 정교한 심리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사법당국에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전날 수백명의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마하치칼라 공항에 난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에서 여객기가 도착한다는 소식에 공항 출입구를 부수고 활주로로 돌진해 이스라엘에서 도착한 러시아 항공사 레드윙스의 여객기로 몰려갔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등 난동을 부렸다. 상당수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다게스탄은 인구의 80% 이상이 무슬림이다.



시위 진압에 나선 현지 경찰은 사건에 가담한 60여명을 체포했다. 이스라엘은 다게스탄이 속한 북캅카스 지역에 최고 수준의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마하치칼라 공항을 습격한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비행기 주변에 모여 있다.29일(현지시간) 러시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마하치칼라 공항을 습격한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비행기 주변에 모여 있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다게스탄의 마하치칼라 공항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대의 모습/사진=엑스29일(현지시간) 러시아 다게스탄의 마하치칼라 공항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대의 모습/사진=엑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중동 혼란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치명적인 혼란을 누가 조직하고 있으며 누가 혜택을 받는지는 이미 명백해졌다"며 "세계 불안정의 주요 수혜자는 미국의 현재 지배 엘리트와 그들의 위성국가들이다. 그들은 중동의 지속적인 혼란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도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범죄적인 우크라이나 정권이 최근의 파괴적인 행위를 수행하는 데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이 외부 간섭의 결과라는 것은 잘 알려졌고 명백하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주민들에게 시위 참여를 호소한 텔레그램 채널 중 하나인 '다게스탄의 아침'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급진 민족주의 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다게스탄 공항 시위 사건과 서방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형적인 러시아의 수사법(표현기법)"이라며 "러시아는 늘 그렇듯 무언가 잘못되면 다른 사람을 탓하고 외부에 책임을 미룬다"며 "서방은 이번 일과 무관하며, (시위는) 증오와 편견, 위협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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