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비참했어요" 최성원, '4연속 탈락→마침내 상금 1억' 정상에 선 '한국 3쿠션 간판' [PBA]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3.10.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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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이 30일 PBA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최성원이 30일 PBA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우승 상금 1억 원과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우승 상금 1억 원과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
"대회 직전까지 내 자신이 너무 비참했어요."

한국 스리쿠션 간판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당당히 프로당구(PBA)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매 라운드 첫 판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시작한 시즌 5번째 투어는 달랐다. 최성원(46·휴온스 헬스케어 레전드)은 당당히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최성원은 3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3~2024시즌 5차전 '휴온스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팀 동료 하비에르 팔라존(35·스페인)을 세트스코어 4-1(15-1, 15-9, 9-15, 15-8, 15-1)로 꺾고 첫 우승을 장식했다.

'한국인 최초' 3쿠션 세계선수권 우승, 3쿠션 월드컵 우승 등을 경험하며 한국의 스리쿠션 간판으로 맹활약한 최성원은 프로 무대 첫 우승과 함께 상금 1억 원과 랭킹포인트 10만 점도 얻었다. 강등 우려까지도 단 번에 털어낸 값진 우승이었다.



샷을 준비하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샷을 준비하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
수구를 바라보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수구를 바라보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
지난 대회까지 4차례나 1회전에서 탈락했던 최성원은 이번 대회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128강에서 륏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를 3-1로 꺾고 프로 첫 승을 거둔 최성원은 이후 파죽지세였다.

결승에서 팀 동료 팔라존을 만났다. 올 시즌에도 한 차례 정상에 오른 2회 우승자 팔라존의 우승을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최성원은 이전 대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첫 두 세트를 가볍게 따냈다. 특히 2세트엔 8-9로 끌려가던 최성원이 9이닝 뱅크샷 2개 포함 하이런 7점으로 단숨에 세트를 마무리했다.


3세트 5이닝 만에 팔라존에 한 세트를 내줬지만 최성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4세트에도 7-8로 뒤져 있던 그는 5이닝부터 3이닝 동안 8점을 보탰다. 5세트엔 더 여유가 넘쳤다. 3이닝에만 하이런 12득점, 순식간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성원은 큐를 들고 무릎을 꿇은 뒤 포효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챔피언 샷을 성공시킨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챔피언 샷을 성공시킨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
최성원(왼쪽)이 우승 후 팔라존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최성원(왼쪽)이 우승 후 팔라존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경기 후 최성원은 "항상 우승이라는 건 너무나 기쁘다. 세계선수권 우승에 버금가는 기쁨을 누리는 것 같다"며 "돈을 벌려고 온건 맞지만 프로 전향 이유가 여기서도 우승을 꼭 하고 싶어서다. 프로 전향 이후 5번째 대회인데 4연속 첫 판 탈락하는 바람에 '멘붕'에 빠졌었다. '괜히 왔나' 하는 후회도 좀 했다. 어쨌든 이번 대회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지만 느낌이 유난히 좋았다. 8강과 4강전에서 너무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상대방도 실수를 많이 했다. 그게 아마 내게 가장 큰 운이 아니었나 싶다. 결승전은 또 너무 집중이 잘됐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던 점이 우승의 요인인 것 같다"고 밝혔다.



행운이 크게 작용했다. 우승자 출신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최성원도 "결승 이전까지 '대진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 전향 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어떤 선수를 만나도 쉬운 상대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지금 PBA 선수들은 공 치는 능력들이 엄청 높다. 대진운이 좋다는 것은 잘 모르시는 분들의 얘기다(웃음). 설령 대진운이 좋았다고 해도 결승전에서 수준 높은 선수를 만났고 우승을 했기 때문에 다 무마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앞서 네 차례나 아픔을 겪었지만 값진 우승 한 번으로 커리어를 통틀어 단일 대회로는 가장 큰 상금을 얻었다. 그는 "아무래도 (프로당구는) '돈의 힘'이 강하지 않겠나. 예전 상금에 비하면 엄청난 상금이기 때문에 그것 때문이라도 기분이 더 좋다"며 "오늘의 우승 같은 경우는 대회 직전까지 내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매 대회 128강에서 탈락하다 보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모두 128강에서 탈락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첫 대진도 륏피 체네트 선수에게 초구 10점을 허용했고, 너무 불안했다. 어쨌든 승리해서 128강을 통과 하는 순간 '뭔가 됐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올라서면 괜찮은데 그 한 번이 너무 어려운 것 같다. 거기에 대한 보답이 오늘의 우승으로 온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고 설명했다.

우승 후 관중석을 향해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는 최성원(왼쪽). /사진=PBA 투어우승 후 관중석을 향해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는 최성원(왼쪽). /사진=PBA 투어
우승자 최성원(오른쪽)과 준우승자 팔라존. /사진=PBA 투어우승자 최성원(오른쪽)과 준우승자 팔라존. /사진=PBA 투어
절실함은 최성원을 변화하게 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선수들에게 정말 민감한 부분은 큐까지 손을 댔다. 그는 "매 대회 탈락하면서 큐를 바꿔야겠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적응을 하다 보니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큐를 바꾸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계속 헤메고 있지 않았을까"라며 "현재 큐는 무사시 큐다. 큐 브랜드가 많고 지인들에게 말해서 큐를 받을 순 있지만 꼭 집어서 어느 큐를 구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좋은 성적을 확실히 내고 좋은 후원이 들어온다면 (다른 큐도) 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 만큼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최성원은 "(우승 순간) 가족들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어머님도 최근 편찮으신데 생각이 많이 났다"며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우승해서 효도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 복잡한 감정이 얽혀 심적으로 뭉클한 게 많았다"고 전했다.

프로 무대를 떠나 개인적으로도 매우 오랜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마추어 연맹에서도 준우승, 4강, 8강 언저리였다. 우승 못한 지는 6~7년 정도 된 것 같다"며 "그 동안 당구를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사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 전향을 했기 때문에 부담이 배가 됐다. 그래도 프로 전향 후 이전보다 연습량이 늘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체력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경기를 하다 보니 2세트까지 모든 에너지를 나서는 팔이 내 팔이 아닌 것 같고 그렇더라. 체력적인 부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세운 우승 목표를 이뤄냈다. "한 번이라도 우승하면 된다는 목표가 있었다"는 그는 "더 많은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어찌 됐든 우승이라는 결과가 있어서 남은 대회에서는 더 배워가면서 쳐야 될 것 같다. 128강에서 탈락을 하더라도 편안하게 즐기면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담감을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우승 후 미소를 짓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우승 후 미소를 짓는 최성원. /사진=PBA 투어
최성원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최성원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소속팀이 타이틀스폰서로 나선 대회이기에 우승의 의미가 남달랐다. 휴온스는 3라운드까지 진행된 팀리그에서 최하위인 9위다. 그러나 이번 시즌부터는 각 라운드 우승팀이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얻는 방식으로 변경돼 언제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최성원은 "사실 걱정이 있다. 개인투어가 두 차례 더 남았는데 그 대회가 끝나야 팀리그에 돌입한다. 팀원들이 개인전에 에너지를 너무 소진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팀리그 4라운드가 시작할 즈음 소강 상태가 될 듯 해 오히려 걱정이 된다. 내가 느끼기에는 개인전보다 팀리그가 더욱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최강자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이 떠났음에도 외국인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지던 터라 최성원의 우승은 의미를 더한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은 당구를 시작할 때부터 기본기를 가지고 3쿠션을 친다. 기본기에서 국내 선수들과 많은 차이가 난다. 냉정하게 봤을 때는 실력면에서는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PBA에서는 당일의 컨디션도 중요하다. 붙어봐야 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대회 한 경기에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특별상 '웰뱅톱랭킹'(상금 400만 원)은 64강서 강성호를 상대로 PBA역대 2위 기록인 애버리지 5.625를 기록한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가 수상했고 대회 최초 한 세트에 15점을 한 번에 달성하면 주어지는 'TS샴푸 퍼펙트큐'(상금 1000만 원)은 128강서 서삼일을 상대로 4세트째 15득점을 한 큐에 달성한 최재동이 수상했다.

PBA 투어는 내달 3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NH농협카드 PBA-LPBA 챔피언십'을 이어간다.

최재동(왼쪽)이 퍼펙트큐 상금을 받고 장상진 PBA 부총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최재동(왼쪽)이 퍼펙트큐 상금을 받고 장상진 PBA 부총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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