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환 원데이치과의원 대표원장
남녀노소를 망라하고 인간이라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죽음이다. 그렇다면 그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뭘까? 세계보건기구(WHO)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첫 번째가 허혈성 심장질환이며, 두 번째가 뇌졸중이다. 세계 사망원인 1·2위가 심혈관계 질환이다.
잘 알고 있는 협심증·심근경색·부정맥·고혈압 등으로 인한 심장 정지와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이다. 이러한 심혈관 질환 중에 노년층을 위협하는 게 고혈압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368만 명이 고혈압을 경험했다고 한다. 2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30.8%에 해당하는 수치다. 성인 3명 중 1명은 고혈압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
혈압을 측정했을 때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이라 정의한다. 이 경우 치료하고 약을 먹고 관리하게 된다.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 신장·부신의 이상으로 발생하게 되는 속발성(이차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우리가 앓고 있는 고혈압의 95% 정도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고혈압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음주, 흡연,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가족력,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심리적 원인이다. 대부분 우리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원인 중 고혈압, 심혈관 질환과 관계 깊은 게 치주 질환이다.
연구자들은 치주질환이 있는 군은 혈당 수치가 높고, 몸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 염증 수치(hsCRP), 백혈구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치주질환은 단순히 구강 내 잇몸과 치조골에만 염증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며, 특히 심근과 혈관에도 영향을 줘 고혈압을 일으킨다고 했다. 치주질환을 예방·치료하면 전신 염증을 줄여 심장 내벽과 혈관 내벽의 세포 기능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고혈압을 막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구강 관리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치주질환이 없는 경우라면 아침저녁으로 양치질만 제대로 한다면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일단 치주질환에 걸린 경우에는 치과를 방문해 치주질환이 있는 치아·잇몸을 치료해 치주질환이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치주질환이라는 건 한 번 치료하면 없어지는 질환이 아니다. 하루 세 끼 식사하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한 구강 내 세균은 없어질 수 없다. 구강 내 세균은 구강 위생 관리가 안 된다면 치주질환을 일으키고야 만다. 치주질환 치료받은 후엔 치과의사가 아닌, 자신의 노력·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치아와 잇몸 구석구석 세균과 음식물 잔사, 플라크 등을 제때제때 제거해 주는 양치질이 가장 필수적인 노력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간단하고 손쉬운 노력이라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순위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안 믿어질 것이다. 당장 양치질을 안 한다고 고혈압이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고혈압이 바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강 관리를 소홀히 여긴 시간만큼 우리 수명은 단축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진부하지만 소중한 건 사소하고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우리 생명을 연장하는 소중한 도구는 우리 곁에 있다. 화장실 한쪽에 놓인 칫솔을 들고 정성껏 치아를 닦는 게 우리 생명을 살리는 길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