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데 양치질 나중에"…수명 단축시키는 나쁜 습관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10.28 09:30
글자크기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120) 치아와 고혈압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를 연재합니다. 100세 고령화 시대 건강관리 팁을 전달하겠습니다.

김진환 원데이치과의원 대표원장김진환 원데이치과의원 대표원장


외부 기고자 - 김진환 원데이치과의원 대표원장

남녀노소를 망라하고 인간이라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죽음이다. 그렇다면 그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뭘까? 세계보건기구(WHO)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첫 번째가 허혈성 심장질환이며, 두 번째가 뇌졸중이다. 세계 사망원인 1·2위가 심혈관계 질환이다.

잘 알고 있는 협심증·심근경색·부정맥·고혈압 등으로 인한 심장 정지와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이다. 이러한 심혈관 질환 중에 노년층을 위협하는 게 고혈압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368만 명이 고혈압을 경험했다고 한다. 20세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30.8%에 해당하는 수치다. 성인 3명 중 1명은 고혈압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



이처럼 고혈압은 흔한 질환이긴 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이 진행해, 고혈압 환자이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환자이면서도 약을 먹거나 관리하지 않아 갑작스러운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연유로 고혈압을 '소리 없는 죽음의 악마'라 부르기도 한다. 증상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증상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다.

혈압을 측정했을 때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이라 정의한다. 이 경우 치료하고 약을 먹고 관리하게 된다.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 신장·부신의 이상으로 발생하게 되는 속발성(이차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우리가 앓고 있는 고혈압의 95% 정도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고혈압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음주, 흡연,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가족력,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심리적 원인이다. 대부분 우리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원인 중 고혈압, 심혈관 질환과 관계 깊은 게 치주 질환이다.



연구에 따라 조금씩 차이 나기는 하지만, 치주질환이 있는 환자는 치주질환이 없는 환자보다 심혈관계 질환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에바 박사(Dr. Eva) 연구팀이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치주질환이 있는 그룹은 치주질환이 없는 그룹보다 고혈압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치주질환이 있는 군은 혈당 수치가 높고, 몸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 염증 수치(hsCRP), 백혈구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치주질환은 단순히 구강 내 잇몸과 치조골에만 염증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며, 특히 심근과 혈관에도 영향을 줘 고혈압을 일으킨다고 했다. 치주질환을 예방·치료하면 전신 염증을 줄여 심장 내벽과 혈관 내벽의 세포 기능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고혈압을 막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구강 관리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치주질환이 없는 경우라면 아침저녁으로 양치질만 제대로 한다면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일단 치주질환에 걸린 경우에는 치과를 방문해 치주질환이 있는 치아·잇몸을 치료해 치주질환이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치주질환이라는 건 한 번 치료하면 없어지는 질환이 아니다. 하루 세 끼 식사하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한 구강 내 세균은 없어질 수 없다. 구강 내 세균은 구강 위생 관리가 안 된다면 치주질환을 일으키고야 만다. 치주질환 치료받은 후엔 치과의사가 아닌, 자신의 노력·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치아와 잇몸 구석구석 세균과 음식물 잔사, 플라크 등을 제때제때 제거해 주는 양치질이 가장 필수적인 노력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간단하고 손쉬운 노력이라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순위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안 믿어질 것이다. 당장 양치질을 안 한다고 고혈압이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고혈압이 바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강 관리를 소홀히 여긴 시간만큼 우리 수명은 단축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진부하지만 소중한 건 사소하고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우리 생명을 연장하는 소중한 도구는 우리 곁에 있다. 화장실 한쪽에 놓인 칫솔을 들고 정성껏 치아를 닦는 게 우리 생명을 살리는 길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