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왜 하마스의 기습을 놓쳤나[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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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런던 킹스컬리지의 로렌스 프리드먼 명예교수는 전략연구, 전쟁연구 부문에서 가장 왕성한 연구를 해온 학자입니다. 포린어페어스에 전략이나 전쟁 부문 서평을 오랫동안 맡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전문가는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 원인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요? 뉴스테이츠먼에 실린 그의 기고문은 이스라엘의 안이한 오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오만을 조금씩 유도해온 하마스의 성공을 이야기합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감청능력을 정확히 알고 이를 역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부패 사건을 덮기 위해 사법부를 개악하려 했고 이를 위해 강경 우익들과 제휴를 하면서 이스라엘의 안보까지 정치적 논리로 왜곡시켰다고 지적합니다. 로렌스 프리드먼은 많은 역사적 사례와 비교해 가면서 이스라엘의 정보, 정책, 정치, 그리고 하마스와의 정보 게임을 이 기고문에 담아냈습니다. 한국의 국방 및 정보 정책에 대해 생각해 볼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비에리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인이 가자지구 국경 인근 비에리 키부츠(집단농장) 국경 철조망을 따라 순찰을 돌고 있다. 2023.10.2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비에리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인이 가자지구 국경 인근 비에리 키부츠(집단농장) 국경 철조망을 따라 순찰을 돌고 있다. 2023.10.2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보실패는 포착했어야 할 정보 조각들이 포착되지 않았거나 포착되었더라도 잘못 해석되었을 때 발생한다. 해석은 정확히 되었는데 이에 맞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정보실패라기 보다는 정책실패다.

이스라엘이 10월 7일 하마스에게 기습당했던 것은 정보와 정책 양쪽의 실패였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그 유명한 능력과 끈기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임박한 공격 징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정부는 마찬가지로 유명한 안보 중시 성향에도 불구하고 가자 상황에 대해 너무나도 안이했다.



하지만 이렇게 이스라엘이 비슷한 이유로 기습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0년 전인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 군이 기습공격을 하면서 이스라엘 방어선을 돌파했고 이스라엘은 속수무책으로 기습당했다.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 많은 연구가 이뤄진 기습공격은 아마도 1941년 12월 7일에 이뤄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일 것이다. 이날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었다.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역사가 로버타 월스테터(Roberta M. Wohlstetter)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제시했는데, 미국이 기습을 당했던 것은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진주만 기습 직전 미국은 일본의 외교 및 군사 통신을 꼼꼼히 지켜보고 있었다), 기습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정보 조각들이 별로 쓸모도 없는 정보 '소음들'의 어마어마한 더미 속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보분석가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과제는 '점들 연결하기'다. 즉, 서로 무관해 보이는 정보 조각들 사이에 뭔가 패턴을 발견하게 되고 이 패턴을 통해 다가오는 위험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항상 어려운 작업이 되는데, 정보는 늘 불완전하고, 애매하고, 서로 모순되며 헷갈리는 종류의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 더미에서 뭔가 그림을 찾아내려면 '작업 가설'('컨스트럭트'(construct)라고도 한다)이 필요한데, 정보분석가들은 이 '작업가설'이라는 잠정적 가설을 세운 뒤 계속 들어오는 정보들을 가설에 맞춰보기도 하면서 그 신뢰성을 판단한다.


이 정보의 가설 즉 컨스트럭트가 들어오는 정보들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면, 우리가 이 작업가설에 맞는 정보만 주시하고 안 맞는 정보는 무시하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어빙 재니스(Irving Janis)의 "집단사고"(groupthink) 개념을 통해 본다면 1941년 당시 하와이의 미 해군 지휘부는 자기들끼리 확고한 믿음을 형성해가면서 일본이 그렇게 대담한 기습공격을 해올 수도 있다는 점을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로서는 일본이 훨씬 더 센 미국을 상대로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개시할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웠고, 전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더 좋은 목표물이 있기 때문에 진주만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기습은 1941년에 있었던 독일의 소련 침공이었는데, 당시의 '작업 가설'은 스탈린의 머리 속에 있었다. 그는 독일과의 불가침조약이 오래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당분간 불가침조약이 자신과 히틀러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스탈린은 소련 육군의 힘을 믿었고, 히틀러가 서부전선에서 아직 영국을 굴복시키지 못한 채로 동부에 새로운 전선을 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일의 소련 침공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경고가 쏟아져 들어왔고 윈스턴 처칠도 경고를 전했지만, 스탈린은 이들이 뭔가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가짜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1973년 10월,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은 다음과 같은 '작업 가설'을 가지고 있었다. 즉, 시리아는 홀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이집트는 1967년 중동전에서 이집트 패배의 원인이었던 이스라엘의 우월한 공군력을 무력화시켜놓지 않고서는 섣불리 전쟁의 리스크를 감당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방공 능력을 포함한 이집트의 전쟁능력을 과소평가했고,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이 기꺼이 전쟁 리스크를 감당하려 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자신의 방어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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