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밀(주) 자재창고에는 각 선반마다 분홍색이 칠해져 있다. 지게차 작업자가 층의 높이를 안전하게 확인하기 위함이다. 사진=조규희 기자
정부가 노사 '자율' 기반의 위험성평가 도입 이후 중소·중견기업에서는 혼란이 적잖다. 하긴 해야하는데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다소 막막한 탓이다. 근로자 24명이 일하는 제조업체 선우정밀㈜ 안전관리 실무자의 설명은 이같은 고민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자재 창고에 들어서자 반듯이 정돈된 선반마다 분홍색선이 칠해져 있었다. 미관을 위한 게 아니라 시각 대비 효과를 내 지게차 작업의 안전성을 높이는 장치다. 강동국 선우정밀 부사장은 "각 선반의 칸마다 분홍색을 칠해놓았는데 지게차 운전수는 선반에서 물건을 들어낼 때 이 선을 보고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시야 확보와 안전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근로자가 이 모든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며 "색을 칠하고 표지판을 붙이는 일이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근무자들이 경험을 통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느낀 부분을 보완한 것이기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선우정밀(주)은 각종 금형의 앞부분도 노란색으로 칠해 지게차 작업시 안전을 높이고 건물 기둥도 근로자 평균 키에 맞춰 색을 칠해 보행간 위험요소를 줄였다. /사진=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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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경영지원팀 과장은 "처음에는 안전교육이다, TBM(안전점검회의)이다 해서 익숙지 않았고 몇몇 직원들은 귀찮아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할 말 있는데 왜 안하느냐'고 물어본다"며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위험성평가의 시작은 근로자의 눈높이지만 사업주의 의지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산을 투입해야 하고 그만큼의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서 여러 근로자에게 안전이라는 새로운 업무도 부과해야 한다.
김춘옥 대표이사는 "우선은 직원에 대한 관심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틈틈이 공장을 돌면서 안전 상황을 확인하고 직원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김 대표는 "이제는 눈빛만 봐도 직원의 상황을 알 수 있다"며 "가정적으로 불안한 요소가 있는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지 등을 물어보면서 그날 그날 직원의 안전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도 필요하다. 선우정밀의 경우 전문가가 2주에 한번 공장을 방문해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노무사는 한달에 한번 컨설팅을 한다. 지난해에는 모든 금형기계에 안전 추가 센서를 설치했다. 선우정밀은 지난해 매출의 6.8%를 안전 예산으로 사용했다. 모두 김 대표의 결정이다.
'우리 회사는 나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준다'는 자부심은 7~8년이라는 선우정밀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말해준다. 20대 근로자를 포함한 수치다. 6년차 근로자 A씨는 "친구·지인들을 만나 회사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들과 달리 대우받고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는 것 같아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안전 입소문'은 직원 채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근처 직업특성화고와 진로를 찾는 학생이 선우정밀을 눈여겨보기도 한다. 몇년 전 선우정밀에 입사해 안전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는 선배가 있기도 해서다. 김 대표는 "직원과 좋은 인연을 맺어 감사한데 여러 학교에서도 인재를 보내주고 싶다는 의향을 보내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고용노동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머니투데이]
선우정밀(주)은 근로자가 물품·자재 박스 이동시 무게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표지판을 붙여놓았다. /사진=조규희 기자
선우정밀(주)의 위험성평가 관련 문건 /사진=조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