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만드는 회사→경쟁자로"…韓제약바이오 유럽서 달라진 위상

머니투데이 바르셀로나(스페인)=박미리 기자 2023.10.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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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6일 스페인 'CPHI2023' 폐막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전시회
4만명 현장 찾아…연일 문전성시
삼바, 공식 후원사 참여…곳곳서 노출

CPHI 2023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간)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컨벤션센터 앞 /사진=박미리 기자CPHI 2023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간)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컨벤션센터 앞 /사진=박미리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이하 CPHI)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전시 일정이 끝나 폐막했다. CPHI는 미국에서 열리는 '바이오 USA'와 함께 전 세계에서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전시회로 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전시가 열린 피라 그란비아 컨벤션센터는 업계 관계자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CPHI 주최 측은 올해 행사기간 170개국 2500개 이상의 기업, 4만여명 관계자들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CPHI 측 관계자는 "어제까지 3만6000명이 방문했다"며 "오늘까지 4만명 정도가 현장을 찾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했다.

이 현장에 국내 제약바이오도 함께 했다. 올해 CPHI에 부스를 마련한 기업은 총 75곳이다. 부스 수가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늘었다. CPHI 부스 수는 2021년 20곳에 그쳤지만, 작년 62곳으로 급증했다. 올해 처음 부스를 마련해 CPHI에 참가한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4,345원 ▼10 -0.23%))의 권규찬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입의 첫 관문 중 하나가 CPHI"라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속한 분야는 다양했다. 원료의약품부터 전통 제약,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기술까지 각 분야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행사기간 내내 전 세계 관계자들에 전했다.
CPHI 2023 공식 후원사 명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로고가 왼쪽 상단에 기재돼있다. /사진=박미리 기자CPHI 2023 공식 후원사 명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로고가 왼쪽 상단에 기재돼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CPHI 2023 로비 안내데스크가 삼성바이로로직스 활자로 둘러싸여져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CPHI 2023 로비 안내데스크가 삼성바이로로직스 활자로 둘러싸여져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의 위상 역시 전보다 높아진 게 체감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70,000원 ▼10,000 -1.28%)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부터 매년 단독 부스를 마련해 CPHI를 참가했다. 올해도 전시장 메인 위치에 대규모 부스(225㎡·68평)를 설치했다. 무엇보다 올해 CPHI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컨벤션센터 밖, 메인 로비, 층별 안내판 등 주요 동선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로고가 큼지막히 새겨져 있었다. 컨벤션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둘러진 원형 스크린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글자가 계속 노출됐다. 로비 안내데스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활자들로 감싸져있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초창기에는 업계에서 TV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것 같은데 지금은 많이 개선된 것 같다"며 "이제는 '저 회사는 우리의 경쟁자'라고 할 정도로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176,600원 ▼800 -0.45%)도 전시장 메인 위치에 대규모 부스(208㎡·63평)를 설치했다. 전시장 중간인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지근거리에 위치했다. 규모는 작년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었다. 셀트리온의 글로벌 전시회 참가 부스 중 역대 최대다. 특히 사업 기회를 논의하는 미팅룸에 넉넉한 공간을 할애했다. SK (163,400원 ▲2,100 +1.30%)팜테코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부스를 설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의 써모피셔 옆에 위치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8,000원 ▼10 -0.12%)와 CDMO 자회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4,160원 ▼30 -0.72%)도 각각 부스를 꾸렸다. 민트색의 부스에 지나가는 관계자들의 시선이 머물렀다.
셀트리온의 CPHI 2023 단독부스. 부스 내 연두색 가로선이 새겨진 유리벽의 미팅룸 세 개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박미리 기자셀트리온의 CPHI 2023 단독부스. 부스 내 연두색 가로선이 새겨진 유리벽의 미팅룸 세 개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박미리 기자
국내 다른 참가사들은 이번 CPHI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진 에스티팜 (85,700원 ▼700 -0.81%) 대표는 "10년전만 해도 한국의 제약바이오가 독자 부스를 차린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있어도 한국관에 아주 작은 규모로 기업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이제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서 핵심 신약후보 물질을 소개하기도 하고 역량을 갖춘 CDMO 기술을 갖고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러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시장 8홀에 자리한 대웅제약 CPHI 2023 부스. /사진=박미리 기자 전시장 8홀에 자리한 대웅제약 CPHI 2023 부스. /사진=박미리 기자
김도영 대웅제약 (112,700원 ▲2,200 +1.99%) 글로벌 개발사업 센터장은 "이전을 돌이켜보면 국내 제약바이오들이 CPHI에서 단독 부스를 크게 만든 적이 별로 없었다"며 "코로나19 이후부터 한류처럼 K제약바이오도 전 세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자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이전에는 진열된 홍보 책자에 의존해 질문을 건넸다면 지금은 '너네 이 제품 어디에 파트너 있냐. 없으면 우리랑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제품을 알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메인 스폰서를 맡는 등 K제약바이오 위상이 전보다 확실히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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