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구조화 증권 외사랑?" 中주식 연계 ELS 14조 손실 위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10.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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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상품구조 복잡한 ELS 한국인엔 필수 투자템"
발행 시기 中 주식 고점에 몰려… 14조원 원금 손실 위험
HSCEI 더 급락 땐 증권사 마진콜… 자금 조달 서두를 것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개인투자자 김모씨는 2021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에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당시 중국 주식은 팬데믹 직후의 급락에서 벗어나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기에, HSCEI지수가 향후 3년 간 급락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중국 경기 침체 여파로 2021년 2월 고점 대비 HSCEI는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연계된 14조원 규모의 내년 만기 ELS 상품은 손실 위기에 처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ELS처럼 복잡한 구조화 증권이 한국인들에겐 '필수 투자상품'이 되면서 중국의 갑작스런 경기 침체가 96조원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한국 구조화 채권시장에 뇌관이 됐다고 보도했다.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쿠폰에 현혹된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복잡한 상품에 투자했다는 지적이다.



中주식 곤두박질에 손실구간 ELS만 14조원
김씨가 매수한 HSCEI 연계 ELS 상품은 총 18종. 이 중 2종은 지수가 10000을 넘었던 2021년 5월 발행됐다. 현재 HSCEI는 5900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KB증권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5월 7일 종가 기준 HSCEI, S&P500, 삼성전자 등 세 가지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종가 대비 50%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4.5%의 쿠폰을 받을 수 있다. 김씨가 원금을 모두 받으려면 2024년 5월 만기까지 HSCEI가 8024.25 이상으로 37% 상승 마감해야 하지만, 지정학적 위기와 중국 경제에 팽배한 비관론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중국 주식과 연계된 7조원 규모의 ELS가 원금손실 위험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공식 데이터에 녹인(손실 구간) 배리어 없이 설계된 상품이 빠져 있어서 손실이 우려되는 전체 계약 규모는 그 2배에 달할 것으로 봤다. 앞서 규제 당국은 2019년 독일 국채 수익률에 연동된 파생상품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전액 손실을 입자 개입한 바 있다.



"韓 구조화 증권 외사랑?" 中주식 연계 ELS 14조 손실 위험
HSCEI 연계 계약 대부분이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몰린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삼성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 4월에 2조4000억원이 만기 도래하는 등 4월에 만기가 집중돼있다. 블룸버그는 KB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브로커들이 서둘러 ELS에 연계된 헤지를 풀어야 할 것이며, 이는 홍콩 주식 선물을 포함해 다른 자산의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준균 삼성증권 파생상품연구원은 "이렇게 큰 규모의 상품이 비슷한 시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HSCEI 고점에 ELS 발행 몰려… 내년 4월 만기 집중

2021년 중국은 팬데믹 관련 수출이 호황을 누리며 1분기에 거의 1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해 상반기 한국에서 신규 발행된 ELS의 40%가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했고, 그 해 해당 지수는 팬데믹 저점으로부터 약 43% 상승했다. 그러나 코로나 버블이 너무 오래 지속되며 부동산시장의 위기와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제한 등 미-중 무역 분쟁에, 지정학적 갈등까지 고조돼 외국인의 중국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HSCEI는 19% 하락했고, 올해 들어서도 약 13% 뒤로 밀렸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원은 "HSCEI 지수가 다시 단기 급락하면 증권사들은 마진콜에 직면해 자금 조달을 서두르게 될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다른 이슈와 맞물리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기일에 가까운 손실은 옵션 포지션에 큰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 한국에서 ELS는 복합한 구조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쿠폰이 상대적으로 높아 국내 중장년층과 노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불충분한 연금 제도와 높은 생활비, 급속한 고령화 등이 저금리 시대에 ELS 같은 금융 상품이 호황을 누리는 데 비옥한 토양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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