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도, 빈 살만도 이재용 손 잡았다…삼성 회장의 '365일'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10.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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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취임 1년]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24일 삼성전기 중국 텐진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 = 삼성전자 제공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24일 삼성전기 중국 텐진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오늘(27일)은 이재용 삼성 회장이 회장직을 맡은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국내외를 활발히 오가며 현장 경영에 힘썼다. 구글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업은 물론 사우디, 미국, 유럽을 돌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삼성전자의 사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나 사회 공헌활동을 위한 만남도 다수다. 오는 11월 개최지가 결정되는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위해서도 이 회장이 뛰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과 삼성의 앞에는 여전히 장애물들이 산적해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IT(정보기술) 수요 감소로 올해 DS(반도체) 사업부의 수익이 급감했으며, 전장·로봇 등 신사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도 고민거리다. 매주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이 회장의 발목을 잡는다. 재계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3년상을 마무리한 이 회장이 '새 삼성'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주목한다.



이재용이 만든 새 삼성, 숨가쁘게 달려온 1년…"발목의 족쇄 풀어야"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해 10월 27일 이 회장의 취임 당시는 삼성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때다. 내부에서는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하면서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3%나 급감했으며, 특히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외부에서도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완성품 수요가 위축됐고, 경기 불황이 1~2년 이상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잇따랐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삼성의 위기 타파를 '제 1 과제'로 삼았다. 특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수주 경쟁에 적극 나섰다. '기회의 땅' 중동을 돌며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 현장(UAE), 대규모 스마트시티 건설 현장(사우디), 스타트업 연구개발(R&D) 센터(이스라엘)등을 직접 방문했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등 계열사 현지 법인도 찾아 임직원과 소통하며 현장 경영에 힘썼다.



경제사절단에서도 늘 첫손에 꼽혔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절단으로 다녀온 곳만 헤아려도 6개국이다. 아랍에미리트(UAE)나 사우디, 카타르 외에도 프랑스, 베트남과 일본 등 전통적인 협력 국가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주요 인사들과 함께 삼성의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나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이 이 회장과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 = 삼성전자 제공지난해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사진 = 삼성전자 제공
기술 확보도 이 회장이 공들이는 분야다. 회장 취임 전부터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기술"(2022년 6월)이라고 언급할 정도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주요 사업장을 직접 챙겼다. 지난 3월과 이달 19일에는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R&D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삼성은 올해 2분기 연구개발비에 7조 2000억원을 투입했는데, 전 분기에 이어 역대 최고치다.

숨가쁘게 1년을 보낸 이 회장의 앞에는 아직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사법리스크가 첫손에 꼽힌다. 이날도 105차 공판에 직접 참석해야 했다. 이밖에 경기침체 대응,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 등도 숙제다.


재계에서는 조속하게 리스크를 없애 이 회장의 경영 제약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나 그룹 컨트롤타워 회복, 지배구조 개편 등 삼성 앞에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반도체 부문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빠르게 족쇄를 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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